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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치와 사회가치의 조화
김진욱  2015-01-22 15:59:51, 조회 : 10,868, 추천 :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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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군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단지 우리 한국군만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아닐 것이다. 한국적인 상황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 발전과정이나 혹은 군대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발전과정은 대개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경험을 통하여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도 유용한 일일 게다. 군대와 사회와의 관계, 군대와 정치와의 관계를 학문적인 테마로 끌어들인 사람은 역시 미국의 사무엘 헌팅톤 이라고 하겠다. 그전에도 손자나 클라우제비츠가 정치와 군사와의 관계를 갈파하고, 또 헌팅톤 이후에 쟈노비츠나 모스코스, 피버, 화이너와 같은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이론들을 내놓기도 했지만 역시 헌팅톤의 ‘객관적 문민통제’ 이론이나 ‘군사적 직업주의’에 관련된 이론은 민군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기본적인 분석의 틀이다. 이런 이론들이 한국군이 군내외에서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쓸모가 있을 것인가?  

좋건 싫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한국 현대사의 발전에 대한 군대의 영향력이나 군의 기능적 연관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일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해방이 된 후 한국은 미 육군의 작전국에서 제안한 ‘전후 점령계획’에 따라 분단이 고착화되는 단초가 만들어지게 된다. 전쟁 막바지에 연합군에 합세한 소련군이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하는 미군의 분할 점령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소련군은 38선 이북에서 군정을 실시하고, 미군은 남한에서 군정을 실시하게 되어 한반도에서 이데올로기 대리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권력에 눈이 멀었던 양쪽의 정치지도자들에 의하여 반목과 갈등, 대립관계가 상승되었고 일시적인 구상에 의해서 시작된 군의 전후 분리점령 계획이 한국의 현대사를 분단의 현대사로 고정시켜 놓고 말았다. 한국의 정치나 사회나 경제나 문화나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역사가 아직도 이 분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사고나 인식의 지평이 이 분단의 틀을 극복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1976년 어느 겨울날, 필자는 육군사관학교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합격통지서의 맨 밑에는 영어사전과 옥편을 지참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산골에서 자란 나는 육사교육에 대해서 한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육사에 들어가면 다른 대학들처럼 그렇게 영어사전과 옥편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줄로 알았다. 초소에서 안내를 받아 내무반에 들어가니 군복을 입은 내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벌써 와 있었다. 나는 훈련복을 입고 있는 그들이 나를 도와주는 병사들인 줄로 알았다. “너도 빨리 이 옷을 갈아입어!” 동료들의 말에 ‘뭐라고? 나는 사관생도 복장을 입어야 하는데?’ 나는 정말 너무도 순박한 시골 촌놈이었다. 그게 나의 군대생활의 시작이었다. 나는 거의 백지상태에서 우리 군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도대체 우리의 군대문화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역사적인 과정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되었다. 군에 대해서 전혀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백지상태가 나에게 우리 군을 객관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비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 배경이 되었다.

우리의 군대문화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로부터 발전되어온 우리의 역사적인 경험의 유산이라던가 혹은 상해 임시정부의 정신이 담긴 독립군 부대의 계승과 같은 그런 문화가 아니라, 일제시대의 군대문화와 미국의 군대문화가 혼합된 졸속-모방형의 군대문화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군대에서 하사관으로 장교로 혹은 병사로 근무했던 많은 군인들을 그대로 수용하여 일본의 군대문화가 그대로 한국군대로 들어오게 되었고, 미군정은 Bamboo 계획 의 취지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나 민족적 이념이 없는 기술군대, 기능군대, 직업군대를 지향하는 군대로 한국군을 양성하게 된다. 외생적으로 만들어진 어느 나라 군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족적 정신이나 시민적 지지가 바탕이 되지 않은 군대는 하나의 도구적인 무력집단으로 양성되게 마련이었고, 사무엘 화이너의 이론 을 통해볼 때, 우리에게 있었던 두 번의 군사 쿠데타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었다. 일본의 문화나 미국의 문화를 앞장서서 학습한 군인들은 당연히 현실정치에 불만을 갖게 되었고, 자유주의에 기초한 성숙된 민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쿠데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해서 비록 군의 정치개입이 있었지만, 군대가 우리나라의 조직 중에서 가장 근대화된 조직이었고, 군대에서 실시되던 조직운영 방식이나 군대에서 양성한 여러 인력이 국가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였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무엘 화이너는 헌팅톤의 문민통제 이론에 맞서서 개발도상국의 정부들이 군대의 견제에 의해 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일 군대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개발도상국에 있어서 정치에 대한 군대의 참여는 바람직한 것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군사교육과 내무생활은 근대국가 건설에 필요한 근대적 가치관 및 인성 형성에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 1950년대, 60년대에 한국군은 군복무자에게 기초적인 지식․기술교육을 부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높은 성취욕구를 갖출 수 있었다. 신식 군사훈련을 받기 위하여 병사들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하는데 1950년대에는 무학력 병사가 50%이상, 1960년대는 30%가 넘었다. 군사 지식이나 군사 기술을 습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한글교육이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1970년대까지 100만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글을 깨우치게 하였다.  군의 정치참여, 군의 사회참여는 화이너의 주장대로 그것이 민군협력의 형태로 나타날 때 아직도 충분히 상호 win-win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최근의 민군 재난 공조시스템의 구축이라던가, 민군협력 국방모델도시의 구성, 군과 대학간의 학술제휴 교류, 민군겸용 기술개발 등의 시도는 국방 거버넌스 차원으로 민군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방안들이다. 필자는 이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앞으로 우리 군이 사회와 함께 또 정치와 함께 어떻게 발전적으로 협력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연구해 보려고 한다. 선진국에서 경험했던 이론들이 우리에게 유용한지도 분석해 보고 또 우리의 발전적인 모델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적용될 수 있는지도 연구해 보겠다. 이제 우리 군은 문화적으로 가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 군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참으로 처절하고 가슴 아픈 과거를 겪은 만큼 그 상처도 크겠지만,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전문성과 충성심을 인정받는 일등 군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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