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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구와 국익
  2003-12-08 00:00:00, 조회 : 10,947, 추천 : 2065

미국의 요구와 국익

이름 : 김진욱     번호 : 151
게시일 : 2003/12/06 (토) PM 02:45:22  (수정 2003/12/06 (토) PM 07:09:24)    조회 : 360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때 군사전문가들은 전쟁이 상당 기간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아는 러시아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라크전이 제3차 대전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고 있었다. 이라크전이 쉽게 끝날 수 없었다고 본 이유는 대체로 두가지다. 하나는 후세인의 맹종자들이 소위 종교적 순교자(martyr)로서 목숨을 내놓고 저항할 때 그들을 제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확실하고 또 하나는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주변 강국들의 이익이 얽힐 때 새로운 전쟁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 이후의 분열전쟁을 치루면서 평화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주변 강국은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을 만큼 현명하였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제는 이라크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고 평화와 재건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일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종전 이후 미군 피해자들은 늘어만 가고 있고 이라크의 안정이 쉬운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해방군이라기보다 점령군으로 생각하는 이라크의 시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암흑과 같은 불확실성속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하여 세계 여러나라 관련국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내딛고 있다. 미국의 승리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더더욱 이라크 반군의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면서 혹 이 전쟁이 월남전의 재판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1991년 2월 20일 걸프전에서 지상전이 발발하였을 때, 필자는 사우디에 있었다. 당시에 미군 포로수용소를 방문하여 ‘야신’이라는 이라크군 포로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적이 있었다. 그는 해군 중위로 9살짜리 아들과 그 밑으로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미 해병이 북동부 페르샤만으로 상륙하여 작전을 할 때 그는 총상을 입고 쓰러져 포로로 잡혔던 것이다. 그에게 사담 후세인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담이 많은 이라크인과 형제나라인 쿠웨이트인을 죽여서 그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왜 전쟁에 나왔느냐고 물으니 그는 ‘전선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면 자신은 물론 전 가족이 죽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에게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에게서 전혀 예상치않은 답변이 나왔다. 그는 ‘한국도 미국 때문에 분단되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이 분단정책을 쓰는 것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의 요점은 작은 나라로 만들어야 미국이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에 미국은 분열정책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세계를 컨트롤하는 것은 이라크의 야신 중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라는 나라가 나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런 역할을 떠맡게 되어 있는 것이다. 세계의 경찰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는 좋은 나라, 누구에게는 나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경찰국가의 권위를 유지해야 세계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세계평화를 위해서 강대국의 권위는 어쩔 수없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가 적대감을 갖게 되면 지구촌의 전쟁은 영원히 끊일 날이 없을 것이다.

전쟁은 몇몇 국가지도자들의 오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스탈린이 김일성에 동조하여 한국전쟁을 발발시켰던 것도 김일성과 스탈린 등 지도자들의 오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몇명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겪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이유로 전쟁이 발발하든 그 피해는 전쟁 당사국들의 선량한 국민들이 당하게 되어 있다.




1992년 쿠웨이트가 이라크로부터 해방되던 날을 필자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던 날이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쿠웨이트 시내로 들어서는데 많은 시민들이 도로변에 나와 쿠웨이트 국기를 흔들며 해방에 대한 기쁨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남녀노소가 다 거리로 몰려나와 기쁨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다국적군을 반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격의 기쁨에 눈물이 글썽글썽 하였다.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달리고 차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우리에게 땡큐 땡큐를 연발하고 있었다. 도로 멀리에서는 민병대들이 여기저기서 공포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그것이 전쟁에서 벗어난 평화를 갈망하는 쿠웨이트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날 파르두스 광장에 있던 6미터짜리 사담 후세인 동상이 독재의 악몽을 뒤로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순간에 많은 이라크인들이 환호를 보냈던 것을 지켜 보면서 전쟁의 폐허속에서도 그들이 결코 평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이라크의 시민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재건을 도와주고 그들이 훌륭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고 또 전쟁에서 벗어나 우방국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의 힘만으로 이만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은 선험자로서 그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라크의 선량한 시민들과 아이들, 아녀자들이 더 이상 전쟁과 독재를 겪지 않고 평화롭게 살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파병을 결정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이라크 시민들은 미군에 대하여 반감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이라크에 뿌려놓은 결실이다. 우리는 이라크 시민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료국가로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아쉬워 하는 일들을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미국의 용병도 아니고 이라크의 점령군도 아니다. 미국의 요구와 우리의 목표를 구태어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는 독립국가로서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우리의 국익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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