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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사 교체, 나약한 정보기관으로 만들 수도…
박계향  (Homepage) 2011-03-26 15:52:10, 조회 : 8,583, 추천 : 1640

몇 일전부터 국정원 주요 보직자들의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재임기간을 거의 채운 차장과 임명된 지 몇 개월 되지 않는 차장이 그 대상이다. 이번 인사조치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사조치 이후의 국정원 변화에 대해서 몇 가지 우려가 있어서 적어본다.

정보수집이나 정보작전은 당연히 실패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수집의 실패는 곧 패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작전의 실패분석은 또 다른 정보의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원 작전이 실패했다고 해서 실패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책임자가 인간인 이상 안정적인 작전만 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공공기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들이며, 이런 인간적 속성이 공공기관의 나약함과 구태의연한 행태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번 작전실패의 책임으로 책임자 인사조치에 들어간다면 앞으로 국정원은 책임질 가능성이 없는 성공 가능한 작전만 실행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정원은 늘 100% 성공적인 정보작전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정보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문제는 첩보수집 능력도 중요하지만, 첩보활동과 그 내용을 두고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빚는 오류와 대립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천안함 폭침이 있기 전 북한잠수정 이탈현상 보고에 대한 대응태세가 없었던 것을 현재 천안함 폭침을 막지 못한 것과 즉각 보복대응하지 못한 원인으로 보는 것도 이와 관련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이스라엘 모사드와 이스라엘 정부간에 대립과 마찰이 빚어진 경우 역시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모사드 요원이 미국 국립실험실 요원을 포섭해서 소형 핵탄두와 관련된 기술을 수집한 사례(물론 미국측에서는 빼돌렸다는 의미겠지만)와 이집트 태생의 유대인인 코헨 요원이 시리아 고위층과의 교류를 통해 확보한 정보로 이스라엘과 시리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한 사례이다.

당시 코헨이 수집한 정보는 소련고문단이 작성한 이스라엘 공격계획, 소련이 시리아에 제공한 무기들, 골란고원의 시리아군 배치 등이었다. 시리아에서의 첩보활동이 발각되고 코헨은 1965년 시리아 방첩부대에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이 정보중에서 골란고원의 시리아군 배치는 1967년 6월 시리아와 이스라엘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모사드는 1960년 5월, 3년이라는 추적끝에 유대인 학살에 관여했던 나치독일의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 납치에 성공하여 이스라엘 법정에 세운 뒤 유죄판결을 내려 1962년 5월 처형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육상선수들을 사살한 ‘검은 9월단’을 끝까지 추적하여 보복암살한 것도 성공했던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공의 연속이었던 모사드가 1973년 10월,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을 예측해내는데 실패했다. 그동안 혁혁한 정보작전의 성공을 이끌어온 모사드에게 치명적인 작전실패로 분류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위원회를 결성하여 실패분석을 하였는데, 실패의 원인은 첩보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보해석을 두고 정부기관간의 대립과 갈등 하에서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기습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

정보기관은 언제나 정보획득과 작전실행에 성공을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패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의 국정원 인사조치가 지난달 있었던 사건에 대한 책임에 따른 경질 차원에서 인사조치를 단행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 안일한 정보기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아무리 책임과 임무를 완수한다고 해도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은 인간의 껍질속에 깊이 박혀 있어 벗어날 수 없다.  

작전실패에 대한 분석은 필요한 일이지만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자칫 국정원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나약하고 모험심이 없는 정보기관으로 낙후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정보기관의 메카가 그저 가능한 일만 하는 그런 나약하고 구태의연한 정보기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작전마다 책임론이라는 압박 속에서 정보수집업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국정원 요원들은 스스로 인간속성을 벗어나려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결과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험적인 정보수집능력과 분석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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