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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지하철안에서 벌어진 이상한 현상..
열추적  2008-06-17 22:06:55, 조회 : 8,945, 추천 : 1817

친애하는 벗(후배)과의 오랫만의 저녁식사...(표현이..^^;;;)

를 마치고 지하철 안에서 동태처럼 풀린 눈으로 까박까박 졸다가 정신 차리고 사람들을 쳐다봤는데...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냐면 여기 있는 어떤 여자, 저쪽에 있는 어떤 여자, 더 멀리 있는 어떤 여자가 생긴게 너무 비슷합니다. 뭐야 세 쌍둥이가 수다떨다 삐져서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것이야? 술도 안 마셨는데 음료수 먹고 취했나? 아니면 고기를 와인에 절였을까?

그래서 가능한 세가지 가정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1) 일시적인 착시이거나 착란(헉!)

2) 우리나라 성형의학계의 통합된 거대한 지류를 목격하는 중.

3) 정신의 노화로 인한 심미안적 분류체계의 경계선 흐려짐.


1번? 아니다. 2번? 설마. 그렇다면 3번?

제가 가장 닮고 싶은 마쵸맨 멜 깁슨이 주연한 '음모이론'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뉴욕의 택시운전사인 주인공은 늘쌍 음모이론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 주인공의 애독서가 '호밀밭의 파수꾼'이란데서 좀 으시시해지는데다가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도 이 주인공이 떠들고 다니는 음모와 배후가 진실인지 헛소리인지 내내 관객들을 아리송하게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자신들을 쫒는 무리가 있다는 착각속에 빠져서 빌딩 모서리에 숨어있다가 고개를 빼곰히 내밀면 헛! 헬리콥터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나풀나풀 공중에 붕떠있는 겁니다.. 헬리콥터는 로터의 회전때문에 스텔스형상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데 아뭏든 영화 속의 그 헬기는 가청주파수대역에서 완벽한 스텔스 성능을 자랑합니다...^^;;)

하여튼 그 장면처럼 오늘 지하철 안에서 목격한 장면은 참으로 '묘'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되면(물론 20대 중반부터 시작되므로 너무 슬퍼할 일은 아닐지라도) 시력도 떨어지고, 청력도 떨어지니 당연히 판단력이나 형상에 대한 분류능력 또한 저하되겠지요?

그런데 이 거역할 수 없는 능력의 저하를 상쇄시킬려면 어떻게 해야되나? 바로 지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지혜란 것이 시계열적으로 나이듦과 더불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능력과 지혜의 상관관계를 기계를 예를 들어 비유해보자면, 탐지능력은 저하되는 대신 제한된 탐지능력을 소스로 상황판단을 가능케하는 연산의 효율성은 증가하는 게 아닐까요?


능력의 저하와 더불어 연산속도도 떨어질테니 의지할 것은 연산의 효율성 뿐이고 그랬을때 그  효율성이란 이진법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퍼지적인 어떤 것이다. 지혜는 타자에 의해 지혜로 통칭되지 않는 한 지혜도 아닐 뿐더러 아무런 효용도 없다. 그렇다면 지혜가 빛을 발할려면 어떻게 해야되는가? 그것은 '소통'을 통해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통의 대상은 누구인가? 당연히 지혜보다는 능력에 더 의지하는 후배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배와의 소통은 어떤 식으로 성취될 수 있는가?

그것이야 당연히 재학습에 의해서겠지요.. 그들의 습성, 트랜드, 사고체계, 변화된 가치관을 겸허한 자세로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지혜는 겸손과 만나게 됩니다. 독선은 지혜를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당위는 재학습과정의 태만일 뿐입니다.
당위는 어떻게 해서 진지한 고찰로 변화될 수 있는가? 그것은 열린 마음일 겁니다. 열린 마음은 당위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줌으로써 태만을 방지하고 재학습을 가능케 하며 독선을 잠재우고 겸손을 만나게 합니다. 겸손은 소통을 가능케 하고, 다시 소통은 지혜를 완성시킵니다.

따라서 열린 마음은 지혜롭습니다. 지혜롭다는 것은 그냥 '지혜롭다'가 아닙니다. 공자가라사대, 아무리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도덕이 책 밖으로 튀어 나와 걸어다니진 않을 겁니다. 지혜롭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이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다가  타인이 제시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미리 정해놓은 결론에 따라 원인과 가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가정, 즉 통합된 경우의 수를 기초로 아직 도출되지 않은 결론을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지혜는 나이 탓에 굳어지고, 습관이 만들어 놓은 익숙한 사고체계를 깨뜨리고 나이가 지니는 (경험이 제공하는)풍부한 경우의 수를 결론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나이가 많다고 일괄적으로 굳어졌다거나, 지혜롭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는 방법을, 또는 자신이 그렇다고 하는 방법을 아무 생각없이 동의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는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고, 후자는 발전은 없이 과거의 자신을 무한반복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일 뿐입니다.



P.S
이게 다 뭔소리여? 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비밀 하나를  밝힌다면... 아까 퇴근길  전철안에선 알콜성분이 체내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면서는 알콜이 섭취되고 있는 중이란 겁니다...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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