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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국방개혁 방법 (제안)
  2003-05-01 00:00:00, 조회 : 10,252, 추천 : 2162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방법 (제안)

이름 : 김진욱     번호 : 71
게시일 : 2003/05/01 (목) AM 07:27:48     조회 : 125  





이글은 KIDA NGO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1. 序

군 개혁의 문제는 어찌보면 내 인생의 주요 테마인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자라 육사에 들어갔는데 육사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부터 왜 그런지 내눈에는 온통 고칠 것만이 보였다. 10여년간의 군생활을 하면서도 군의 왜곡된 모습들이 언제나 내 마음을 괴롭혔다. 결국 그런 의식 때문에 월간 군사세계라는 잡지를 창간하게 되고 또 사단법인 21세기군사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주어진 시간에 평소 내가 군의 개혁을 위하여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혹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

오늘 내가 이야기할 내용은 개혁의 구체적인 사항들이 아니라 개혁의 방법론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많은 논문들을 통하여 다양하게 제시를 하고 있다. 나도 그 논문들을 대부분 읽어 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군의 개혁방법이나 개혁내용이 이제 시민들의 安保的 要求를 파악하고 정리하여 결정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생각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같지만 개혁의 매 과정, 과정마다 시민들의 안보적 요구를 확인하고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비교적 거칠게 드러나 있는 시민들의 요구를 잘 정리해서 그 바탕위에서 개혁을 추진할 때 개혁에 정통성이 있고, 정통성이 있어야 개혁의 추진력과 내구성이 있게 된다. 나는 시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군의 개혁은 빈껍데기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시민들의 지지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있었다.

지금부터 한 17-8년전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데 내가 1사단의 제3땅굴 갱도실장을 하고 있을 때다. 땅굴 안내장교들과 문산읍의 어느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운전병이 찦차 바퀴가 다 펑크가 나고 예비타이어마저 누가 떼어가서 차를 운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내장교들과 함께 범인을 찾고 있는데 한 예닐곱 명의 젊은이들이 손에 몽둥이와 쇠파이프, 자전거 체인줄과 같은 것들을 들고 우리를 에워쌌다. 패싸움이 벌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서로 붙으면 우리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쪽에서 피해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과 싸우려는 척하면서 포위망을 뚫고 나와 근처 파출소로 달려갔다. 내가 빠져나오자 싸움은 멈췄고 경찰들이 달려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이 그날 우리 찦차에 손상을 입히고 우리와 싸우려고 한 것은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군이 싫고 군인과 찦차가 싫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날 정말 더 충격을 받은 것은 그때 그 읍내의 경찰들이 우리보다도 그들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그들을 더 옹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패싸움은 간신히 피했지만, 나는 그날 이후 읍내지역에 나갈 때마다 허리에 권총을 차고 다녔다. 아파트가 문산읍내에 있었고 또 아이들이 문산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정말 군민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민들이 사준 총을 국민들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차고 다녀야 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군과 국민사이에 이렇게도 깊은 골이 패어져 있는가. 아무리 강한 군대를 만들어도 국민이 군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전투력을 강화하기 이전에 우선 국민과 군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군대는 빈껍데기 군대다’ 나는 그런 결론을 얻게 되었다.


2. 참여정부 ‘軍 改革’의 당위

국방개혁의 방법에 대해서 발표해줄 것을 부탁받고 마음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실 어찌 보면 이 주제가 이미 식상한 주제로 되어버린 感도 없지 않다. 그런데 또 어찌보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의 뜻을 국가안보적인 차원에서 다시 한번 정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과 또 거기에 맞추어서 안보정책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당위성이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통령은 분명 군의 최고통수권자이고 최고책임자이고 최고사령관이다. 당연히 군에 대해서 최고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또 최고의 책임을 져야한다. 군의 최고책임자가 바뀌었는데 군의 정책이 조정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우리 군은 창군 이후 그동안 끊임없이 개혁을 시도해 왔고 또 많은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군이 개혁을 해야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군의 개혁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역사기간 내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만일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혹은 특별한 변화의 수요가 있을 때마다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류기능 시스템이 우리 군에 잘 구비되어 있다면 매번 이렇게 별도의 의도적인 개혁을 시도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이지 군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환류기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우리 군에 대하여 더 개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아직도 우리 군은 점진적으로 또 혹은 어느 순간에 획기적으로 개혁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과 필요성을 안고 있다.

개혁의 필요성을 군 외부원인의 측면과 내부원인의 측면,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외부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군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접촉하게 되는 외부환경 외부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군이라는 체계가 속해 있는 상위체계와 인접체계 그리고 하위체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군도 이를테면 경제시스템, 학교시스템, 경찰시스템 등과 같이 국가시스템이나 사회시스템의 하나의 하위 시스템이다. 하위 시스템은 상위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것이고 인접시스템과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의 변화이다. 군은 통제된 실험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다양한 외부 환경의 변수에 따라서 종속적으로 변화를 할 수밖에 없다. 군 내부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군의 임무를 좀더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외부환경을 개선하거나 또 혹은 외부환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군 내부로부터 군 외부로 향하는 어떤 기획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군이 외부의 변화에 대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환류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軍이 하나의 독자적인 유기체로서 특정의 의지를 가지고 기획적으로 외부환경을 개선하고 유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주로 군이 개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영향을 주고 있는, 결국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의 방법과 성격을 결정지어주는 군의 외부환경에 대해서 정리한다.  


가. 시민의식의 변화

해방이후 50여년간 우리는 서구사회가 200여년 동안에 겪었던 역사적인 변화를 짧은 기간동안에 겪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급격한 변화의 격랑속에서 이렇게 우리 사회가 이만큼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신기한 일이다. 최근 네티즌들의 여러 가지 정치실험을 통한 시민의식의 변화는 분명 우리 역사의 자생적인 발전이며 군 개혁에도 강한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출범과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분석할 수가 있겠지만, 군사문제나 안보문제와 관련해서 대개 두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안보의 이니셔티브가 군으로부터 시민들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둘은 안보의 변수가 군사문제로부터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통합된 요소들 속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보의 이니셔티브를 시민들이 갖게되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시민의식의 획기적인 향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탄생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네티즌들의 참여는 이제 우리 군에게 뭔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혁이 아니고는 군의 정체성을 전환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우리 사회의 안보관련 변수가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발전과 함께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각 분야에서의 발전에 기인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이 바뀌었으면 그에 맞게 우리 군도 좀더 발전된, 좀더 효율적인 군구조 여기서 필자가 이야기하는 군구조는 육해공 3군의 전력구조뿐만 아니라 모병과 양병, 용병의 문제, 정치와 군사의 관계문제, 경제, 사회, 문화와 군사와의 제반 관계문제들을 고려한 좀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검토를 시도하는 차원에서의 군구조를 말한다.  
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도 개혁의 방법이 아니면 군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군과 환경이 괴리되어 낭비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나. 정보와 기술의 변화

군사발전의 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전술을 접목시키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이 과거 진지전에서 전격전으로 전술을 발전시킨 것은 기술의 발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술이 있어도 그 기술을 전술과 연결시키려는 획기적인 개혁마인드가 없었다면 전격적은 발전되지 못했을 것이다. 전투나 전술, 작전이나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과학, 새로운 정보나 경영기법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 사실 군이 새로운 기술이나 과학, 정보나 경영기법을 먼저 개발하고 실험을 하고, 군에 적용을 한 뒤에 이를 민간기업이나 민간조직에 파급시키곤 했다. 우리 군도 과거에 국민들의 문맹퇴치에 앞장을 섰고 또 미국의 관리능력을 군이 먼저 습득하여 적용하고 이를 민간에 투입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군은 민간의 발전에 뒤떨어져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나 테크닉, 새로운 체계나 새로운 능율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서서 민간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법들이 더욱 더 활발하게 군에 투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군이 풍토를 개혁하지 않는 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 군이 인식과 발상 자체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여 민간의 새로운 착상이나 새로운 기술들을 군의 전술에 접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도 유능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발굴하여 이 시대에 필요한 군의 과제들을 연구할 것이며 우리 군이 아직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착상 몇가지를 오늘 제시하려고 한다.      


다. 남북관계와 주변국의 변화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대주변국의 변화와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의 변화는 우리 군에 개혁에 대한 강한 모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작년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21세기군사연구소와 중국의 국제우호연락회간에 제1차 한중 안보포럼 제1차 한중 안보포럼은 한국측에서 조성태 전 장관을 단장으로 하여 한국의 예비역 장군들과 중국 전문가들이 참석하였고 중국에서 지호전 국방부장이 만찬을 주재하였으며 조남기 상장을 비롯하여 중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하였다. 월간 군사세계 2002년 7월호 참조.
을 가진 바 있는데 포럼에서 양국의 군사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양국이 공통의 안보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음을 재삼 발견하게 되었다. 또 러시아는 군수물자 도입의 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대상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필요시 한국과 상호 군사공동훈련을 하는 것이 양국에 유익함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관계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이런 대주변국의 현실적인 변화를 정책결정 체제의 영역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우리 군이 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하지않으면 계속 시민들과 정치의 영역에 끌려가면서 변화에 대한 수동적인 모습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아직 북한과 냉전관계에 있다. 정전협정은 그대로 유효하고 휴전선을 두고 양쪽의 군대가 대치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아직도 한반도의 공산화에 대한 의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언제나 북한 인민군이 맹목적으로, 저돌적으로 남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이후 남한과 북한사이에는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대해서 우리 군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적개념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변화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을 명문화하게 된 과정은 북방정책 이후 남북간의 화해무드 속에서 군의 자세를 명확하게 하기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군이 확고한 자세를 갖출수록, 우리 경제가 더 발전될수록 북한과의 대화가 더 원활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협상은 빈껍데기 협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든 아니든 그야말로 자유이지만, 정전체제가 아직 유효한 상황에서 우리 군이 북한을 주적으로 정하는 것은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사실을 국방백서에 명문화하는 문제에 있어서 필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만일 우리 군이 화해무드에 편승하여 주적개념에 대한 혼란이 있다면 국방백서에 명시를 해서라도 주적개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상황을 우리 군이 명확한 인식과 입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군은 명확한 입장인데 주변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서는 안된다. 군이 명쾌하면 주변에 대하여 소신있게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영역은 분명 정치영역에 종속되어 있다. 그러나 군사영역은 때로 정치영역과 과정상에서 목표를 달리할 수 있다. 일상의 일에서도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고 현실과 이상의 양면성이 있듯이 국제관계의 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항상 화해와 갈등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화해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정책이 항상 필요하지만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인 정책이 또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대개는 군사적인 강경책을 주머니속에 숨기고 정치적인 온건책을 겉으로 표방하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선제고지를 쟁취하고 나서야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여유있게 밀고 당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수도없이 경험해 왔다.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들이 왜 국민들에게 또 정치인이나 군사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일까. 양쪽이 국민을 위해서 진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런 방법론상의 갈등은 당연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냉전이후의 변화나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변화에 대하여 우리 군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그래야 군의 명쾌하고 분명한 입장이 나올 수 있다. 개혁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국민들을 올바르게 설득할 수가 없다.  


라. 위협요소와 전장의 변화

외부환경의 변화중의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위협의 성격이나 종류가 바뀌고 있고 전장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군 전력구조의 기본은 위협의 성격과 전장환경의 분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6.25 전쟁의 초기전투에서 왜 우리가 패했는가. 위협의 분석과 전장환경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안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유엔군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전략이나 선무전, 심리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전술이 고지전이 아니라 도시나 사람을 목표로 하는 유색역량전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들은 한국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또 월남전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위협의 성격과 전장환경을 잘못 분석했던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이라크를 철저하게 패배시킨 것은 지난 걸프전을 통하여 이라크 군에 대한 위협의 분석과 전장환경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에 어떤 전술을 썼는지는 왠만한 군사전문가들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과거의 어떤 전술작전보다도 더 중요한 전례로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위협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알다시피 정규전이나 정규군대의 위협이 아니라 테러전이나 저강도 분쟁의 위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전방이나 후방과 같은 전장개념은 사라져 버렸다. 정보만 있으면 필요한 곳에 언제라도 공격을 할 수 있는 유도기술이나 무인기 등의 로봇기술이 엄청나게 발전되었다. 군의 전력구조나 작전개념은 이러한 위협의 성격이나 종류, 기술이나 정보의 발전에 따른 전장환경의 변화에 맞춰져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것이 군의 경직성과 쓸데없는 명분론 때문에 원활하게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 위협의 성격과 전장환경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전력의 비효과성, 비효율성, 비적절성에 따른 낭비구조들이 수도없이 발견될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전방에 철조망을 쳐놓고 우리 병력을 일선으로 배치해 놓고 있는 것이 효과적인 전술인가. 과연 앞으로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이나 충돌의 가능성은 어떤 종류들일까. 그런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오히려 선방어가 아니라 지역방어를 하면서 기동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더 나은 것은 아닌가. 분명히 우리에게 가장 큰 초기위협은 북한의 장사정포, 방사포들의 화력이지 소규모의 총격전은 아닐 것이다. 철조망을 따라 선방어를 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기동예비능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 예상되는 위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고 전력을 효율화시킬 수 있을까. 북한의 120만 대군이 AK 소총을 들고 기습적으로 전 전선에서 물밀듯이 내려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할 수가 있겠다. 그것은 6.25 전쟁때처럼 박헌영이 주장한대로 인민군이 내려오면 남쪽의 사람들이 그들을 열열히 환영할 것이라는 전제나 혹은 한반도에서 미군의 공군력과 해군력이 빠지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미군과 한국군은 그 정도의 계획적인 공격기도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정보능력이 있고 또 우리와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는 그런 양상의 재래식 전면전을 막을 수 있는 외교채널을 갖고 있다. 설사 전술적인 관점에서만 놓고 보더라도 지역에 예비로 보유되어 있는, 초기전투에서 손상되지 않은 우리의 기동성있는 부대가 다른 축선으로 밀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남침기도를 저지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여기서 우리가 검토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전술적 대안들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아무도 전술의 실패 사실을 정확히 표현하면 전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도 상관이 어느쪽에 손을 들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라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또 어느 조직사회이건 경직된 분위기속에서 이런 현상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그것은 조직의 생존성과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풍토 때문에 전력의 비효율성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썽없이 있다가 진급이나 하려고 하는 조직적인 풍토를 개선하지 않으면, 또 새롭게 시도해보려는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개혁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군사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9.11 테러이후 미국은 획기적으로 다른 착상으로 위협의 성격과 전장환경을 분석하고 있으며 획기적으로 새로운 작전개념을 짜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미군 작전의 변화와 전력배치의 변화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개되어질 것이 분명하다. 한미안보 공조체계는 우리의 안보에 결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미 군사전략의 변화는 우리가 분석해야만 하는 첫 번째 전장변화이다. 개혁이 없이는 이런 변화들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3. 참여정부의 國防改革 어떻게 할 것인가.


가. 풍토를 고려한 개혁

그러면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 것인가. 연구소를 하면서 정말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군의 문제점과 개혁에 대해 수도 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생각해 보면 왜 그 좋은 아이디어들이 군에서 제대로 실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갖기도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 잘 알다시피,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우리 군의 풍토가 아직 그런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만큼 성숙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풍토개혁(ecological innovation)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지독히도 끈끈해서 용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풍토개혁이 안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결국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풍토개혁을 과감히 하되, 또 동시에 현실적인 풍토를 고려해서 개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은 이상적이고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실에서 적응가능한 아이디어, 단 한가지라도 실천될 가능성이 있는 그런 아이디어이다. 풍토에 맞는 아이디어야말로 실천성이 있고 내구성이 있는 것이다.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지식들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려고 하지말고 우리 풍토에 맞는 대안들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연구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이후에 수도 없이 외쳐온 국방개혁의 가장 중요한 슬로건은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불필요한 조직, 불필요한 자리들을 없애자. 관리상의 효율로 낭비를 줄이자. 투명성을 높여 돈이 새는 것을 막자. 첨단기술 정보군으로 가자. 육군을 줄이고 해공군을 키우자. 남북간의 화해무드를 조성하여 군비통제, 군비감축을 하자. 이른바 신공공관리론에 따른 민간의 인력, 민간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자.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해 냈는가. 솔직히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계획만 화려하게 세웠지 실천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지만 개혁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와 함께 이른바 풍토에 맞는 실천계획, 평가점검과 같은 시스템 감사기능, 체제자체의 건전한 환류기능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시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개혁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가는 시민  이제 우리 사회에도 서구의 역사에서와 같이 시민이라는 계급이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등장하고 있다고 본다. 국민(people)과 시민(citizen)이라는 용어는 서로 역사적인 혹은 정치적인 배경이 다른 개념이다.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국민이라는 용어의 개념은 그저 주변국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고 시민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자생적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본다. 이 글에서는 양자가 때로는 동의어로 때로는 다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들이 개혁을 지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 시민들의 지지를 일순간 속이거나 또 무시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방향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마련이다. 이제 참여정부의 과제는 시민들의 안보적 요구를 어떻게 정리하여 군에 투입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대의성과 전문성의 연결이라고 본다. 분명 시민들의 안보수요와 군의 공급을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각종 군사커뮤니티나 시민단체들 또는 전문언론기관이나 학계, 연구소, NGO 단체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시민사회가 공공부문에 시민들의 요구를 투입시키는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한 만큼 축적했다고 본다. 안보분야에 있어서도 이런 매개체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잘 정제하여 군에 효과적으로 투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국민의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군이 끊임없이 시민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군의 임무는 시민들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지 군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작전의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작전은 시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작전을 방해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시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어떤 군사작전도 수행할 수 없다. 미군의 경우에는 그들의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한국의 시민들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미국과 공동작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작전의 목적은 바로 우리 시민들이기 때문에 시민들을 방해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면 연평도 해전과 같은 일을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다. 어부들이 목적이고 군사작전은 어부들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명확해지면 너무도 당연하게 남북이 협조하여 공동어로구역에서 남북의 어부들이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조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적인 마인드만이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고 평화를 만들 수 있다.

군은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 국방장관은 마땅히 시민들 중에서 나와야 하고 국민들의 엄청난 예산이 쓰여지고 있는 육해공군에도 군정직 시민장관이 임명되고 총장은 군령권을 갖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군은 대통령의 권력의 향유나 또 혹은 어떤 고위장성의 입신양명이나 성취감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군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국민들의 안보요구에 따라 군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폐지하고 조직을 만들고 폐지하고 하는 군의 모든 결정이 국민들의 안보요구와 직결되어 있어야 한다. 군의 임무와 목적을 국민들의 안보요구에 맞추지 않고 군 조직에 보임되어 있는 인사들의 보직문제나 복지문제와 연결시키니까 조직은 계속 비대해지고 비효율화되어 버린다.  


다. 계급주의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 개혁

이제 우리 동기생들이 3차에 걸쳐 반수 정도가 대령이 되었는데 필자가 보기에 대령이 된 사람이 안된 사람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다. 대령이 안된 사람이 대령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하다고도 말할 수 없겠다. 그런데 왜 대령이 안된 사람은 그렇게 처절하게 인생좌절감을 느껴야 하는 걸까. 왜 한사람의 인생이 대령진급의 여부에 따라서 그렇게 심각하게 갈라져야 할까.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 군의 진급지상주의이다. 이런 진급지상주의 풍토속에서는 계급은 마치 진급하는 사람들의 성취감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군이 되어 입신양명을 하고 권력을 만끽하고 가문의 영광을 누리기 위하여 계급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가 분명 전제주의 시대나 절대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우리 정부가 국민 통제적인, 국민 억압적인 그런 정부도 아니고 또 우리의 장군들이 꼭둑각시로 희화화되는 것을 원치않을 만큼 성숙된 사람들이 분명한데 어떻게 아직 우리 군에는 이런 계급지상주의 풍토와 같은 과거시대의 유물이 남아있는 걸까.

군에서 계급은 왜 존재하는가. 군의 계급은 군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가 왜 장군의 어깨에 별을 달아주는가. 그들에게 명예를 달아주고 권한을 쥐어주고 세금을 내어 그들의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어 그 반대급부로 그들에게 목숨을 바쳐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는 것이 아닌가. 지금과 같은 계급지상주의 풍토에서 과연 군의 계급제도가 국민들의 안보요구와 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또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진정한 의미의 지휘통솔을 위하여 과연 더 나은 이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심각하게 계급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일이다. 전근대적인 잘못된 계급의식을 개혁하지 않으면 군내부에서도 군외부에서도 군의 계급은 원래의 목적과는 괴리가 된 거추장스러운 희화적 도구로 전락될 것이다. 군인은 영토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진급의 영달을 위해서, 좋은 보직으로 권력을 만끽하기 위해서, 가문의 영광과 입신의 양명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계급의식에서 벗어날 때, 장군들이나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계급이 권력을 상징하는 시대는 전제주의 시대, 절대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대통령이 폼을 잡을 필요가 없듯이 장군들도 또 다른 높은 계급의 군인들도 위신을 세우고 폼을 잡을 필요가 없다. 21세기에 살아가면서 17,8세기의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구태의연하고 어리석은 일인가. 어깨에 별을 붙이고 필요하면 전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또 시민들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대화도 나누고 해야한다. 특히 우리와 같은 군사 개발독재 시대를 겪은 나라에서 그러한 과정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계급에 대한 전근대적 존엄성이 남아있을 때 계급을 이용하여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계급의식, 쓸데없는 권위의식, 쓸데없는 계급지상주의 풍토에서 벗어나야 군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군과 민간사이의 정보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필자는 군의 풍토개혁이 군의 어느 다른 개혁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군의 계급주의, 군의 형식주의에 대해서 좀더 언급하고자 한다. 군에서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경례를 한다.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또 상관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 위해서 한다고 본다. 엄밀한 상하관계와 상관에 대한 존경심은 왜 필요한가.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경례가 군의 임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상하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가. 상관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가. 나는 생도시절에 소위 장거리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기합을 많이 받았다. 경례를 하려면 애인과 데이트를 하면서도 내 주위의 360도를 살펴야 했다. 상급생도가 멀리서라도 보고 있으면 마땅히 경례를 해야 했지만 나는 아무런 의미없는 그런 경례가 싫었고 결례를 한 죄로 자주 기합을 받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급생도에게 마음에 없는 형식적인 경례를 하면서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걸프전에 갔다온 뒤 나는 잘 나간다는 어느 사단의 참모로 부임을 했다. 잘 나가는 사단이라 부대에 방문객들도 많았다. 부대에 방문객이 있을 때마다 참모들은 언제나 현관앞에서 대기하면서 도열을 해야했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대여섯번이나 현관에서 도열을 하느라고 일할 시간이 없었다. 걸프전과 같은 첨단 전쟁을 겪고 온 나로서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물론 도열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대에 형식에 치우쳐져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부대에 불이 나서 지휘관이 황급히 부대에 들어가도 우리 위병이 할 수 있는 말은 ‘근무중 이상무’ 이다. 또 사단에서 전역병을 환송하는 버스에 손을 흔들며 사단장과 사단 참모들이 현관앞에 서 있었는데 버스가 정문을 떠나 보이지 않는데도 모두들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을 내리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사단의 전통이요 중요한 예식이라는 것이다. 군인은 기계가 아니다. 더더욱 고급장교는 기계적인 마인드를 가져서는 작전에 성공할 수 없다. 9.11 테러사태가 일어나기전 테러사태에 대한 몇개의 보고서가 있었다. 그중의 어떤 것은 비교적 상세하게 테러의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새로운 위협의 상황을 예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거기에 맞추어서 과거의 군을 변화시키는데는 실패하였다.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군이 빨리 요소요소의 형식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군의 풍토개혁은 절실하다.


라. 자생능력을 키우는 개혁

6.25 전쟁이 발발하고 우리가 파죽지세로 밀릴 때 미군은 우리들에게 마치 구세주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그들의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고급성은 우리들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리의 현대사에 미국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씌여졌을까. 분명 지금과 같은 정도의 경제적인 부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군의 발전에 있어서도 미군의 영향력은 전부요,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쟁세대들에게 있어서 미국과 미군의 존재는 감사함과 동경심의 표상이요,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나라를 욕되게 하고 진리와 역사를 저주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준비는 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21세기군사연구소는 적정국방비의 확보문제를 그런 준비의 연장선상에서 놓고 판단해 보려는 시도를 했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그런데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그 가정 자체가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금기시된 개념이었다. 결국 한국주도 방위에 대한 한계를 검토하고 그에 따른 적정 국방비를 계산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역사를 통하여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가르치면서도 우리는 미국은 우리에게 영원한 우방임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이후 50여년간의 한미 안보공조체제는 우리의 경제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이 땅에 평화를 지켜주었지만, 역으로 우리 스스로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군사적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세계화 시대에 어느 나라고 자국의 힘만으로 제나라를 지키는 나라는 물론 없다. 그러나 50년간이나 전쟁의 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겨두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나라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겨두고 있는데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파생적인 문제들이 있다. 우선 독자적인 위협분석의 능력, 독자적인 전력구조의 조정능력 또는 독자적으로 전력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계산하는데 있어서 자생능력이 떨어져 있다. 우리 군은 모두들 입을 모아 공룡과 같은 군대가 아니라 간편한 칩과 같은 첨단군대, 디지털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전력개편을 시도할 수가 없는 연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자생능력이 약한 것은 정치적 대응성이나 국민적 안보요구의 투입에 대한 대응능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부재자 투표의 문제와 같이 외부에서 손을 써주어야만 간신히 치료가 되는 그런 유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한미 안보공조체계가 한국군의 전략과 전술의 개념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군에게 있어서 전술적인 차원의 것이라도 우리에게는 나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전략적인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그것을 전술적인 것이라고 하니까 우리의 목줄과 관련된 것인데도 그대로 미국을 따라 전술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처럼 북한을 한번 때려볼 수도 있고 실제로 1994년에 그런 계획을 세운 적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북한을 한번 때려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관련되는 것이고 역사와 관련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군의 전략, 전술 개념과 우리의 것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군은 그들의 영토 멀리에서 여러 가지 전술적 실험을 해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때로 우리의 역사를 바꾸는 전략적인 게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국가이익에 상응한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걸 잘 구분해야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적 임무가 무엇인지, 전술적 임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미군의 전략개념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바뀌고 또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바뀜에 따라서 우리는 아마도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종류의 위협에 대한 예측과 전장환경을 분석하여 새로운 전력구조나 제도를 검토하게 될 경우, 현재의 제도에 고착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위협에 맞는 전력구조나 제도를 발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 있어서도 9.11 테러와 같은 위협양상을 예측하고 나서도 과거의 틀을 쉽게 버리지 못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형 9.11 사태와 같은 위협을 막으려면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떤 생각이나 발상을 금기시하는 조직에서 객관적인 검토와 평가는 아예 그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의존성에서 벗어나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지키고 우리의 체제와 우리의 가치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될 때, 그때서야 아마도 모든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고 우리의 위협과 전장환경에 딱 맞는 전력구조와 제도들이 제대로 검토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5. 結

지금까지 필자는 ‘참여정부가 추진해야 할 국방개혁 방법’에 대해서 소견을 말씀드렸다. 어떤 것은 편협된 의견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다만, 이 글에서 우리 군이 이제 참여정부에 들어서서 과거의 의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미래의 위협에 대하여 좀더 독자적으로 독립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지않을까 하는 걱정과 또 이제는 종래의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탈을 벗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하며 시대의 발전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50년이 넘은 장년군대로서 우리 군이 적어도 내부에 문제가 발생할 때 외부의 영향력이 없이 정상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의젓한 자생능력을 이번 참여정부를 통하여 스스로 갖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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