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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상도 필요한 거 아닌가?
  2003-08-14 00:00:00, 조회 : 12,003, 추천 : 2637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상도 필요한 거 아닌가?

이름 : 김진욱     번호 : 99
게시일 : 2003/08/14 (목) AM 09:41:09  (수정 2003/08/22 (금) AM 08:25:21)    조회 : 57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동기생 몇몇이 저녁을 하는데 함께 하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싶고 또 이제 서로 다른 세상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그들이 얼마나 성숙되었을까 확인도 하고 싶었다. 또 필요하다면 뭔가 연구소가 그들로부터 협조받을 일이 있을 것도 같아 나갔다. 지난 8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그들로부터 딱이 도움받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도 서기관이 되고 부이사관이 되고 나라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낄 때도 되었으니 내가 하는 일을 좀 이해해 주길 바라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자, 내가 이렇게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 너도 이것이 옳다고 생각된다면 나를 좀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사무관으로 나갈 때 내가 동기회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들의 면모를 하나하나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어떤 동기생들은 집에 찾아와 호소를 하기도 하였고 전화를 통하여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동기생이 많았다. 당시 동기생들 중에 사무관으로 나가려고 하였던 지원자 수가 많아 육군본부에서 그들을 어떻게 선별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인사운영감실에서 불러 가보니 선별기준을 놓고 어떻게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었다. 능력이 있는 동기생들을 다 내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래에서 끊을 수도 없고 동기회장으로서 나의 의견을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군에서 징계를 받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군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사회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하는 것이었다. 당시 2배수가 넘는 지원자중에서 어떤 모양으로든 윗선에서 추천을 하는 경우가 있었을테고 동기생들의 여론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그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동기회장이나 동기회에서 그저 서류로만 알고 있는 인사실무자들에게 대상자들을 직접 지정해 주는 것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도 그런 취지에서 몇 명은 건져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추천했다.  

그런 인연이 있어서인지 나는 그들에게 애정이 있고 또 기대가 많다. 이제 그들이 20여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 여러 어려움도 있었을테고 자괴감도 많이 느꼈을테고 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딛쳐 자신의 이상을 굽히는 일이 많았을게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단지 밥벌이로 또는 하나의 호구의 도구로서 공무원 생활을 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가끔 진급못한 동기생들이 나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경우를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동안 군생활 하면서 또 사무관으로 나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었다거나 돈이 없어 아이들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4년간 학비없이 좋은 교육을 받았고 또 좋은 조건에서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면 받았는데 좀 더 우리가 민생고를 뛰어넘어 젊은 시절의 이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는 없을까. 내가 너무 ‘사관생도’나 ‘독일병정’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군에서 진급이 안되어 나온 것도 아니고 또 소령으로 나와 연금도 못받고 있는 김진욱이니까 다음과 같이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기생들아, 그리고 중년의 동년배들아.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이 중요한 것이지 진급이 우리의 인생이더냐. 그리고 밥걱정 제발 그만해라. 어쨌든 밥은 먹는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밥만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그럼 물도 먹어라. 글쎄 ~~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내 마음은 그렇다. 이 나이에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상도 필요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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