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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주국방의 의미가 무엇인가.
  2003-08-28 00:00:00, 조회 : 10,550, 추천 : 2235

우리에게 자주국방의 의미가 무엇인가.

이름 : 김진욱     번호 : 112
게시일 : 2003/08/28 (목) AM 10:35:11     조회 : 109  


우리에게 자주국방의 의미가 무엇인가.

8·15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주한미군의 역할 한계를 구분지으면서 “언제까지 우리가 미군에 의존할 수 없다. 10년내 자주 국방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민정부에 들어서서 또 IMF 사태를 극복하면서 우리는 국방예산의 삭감시대를 경험하였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고 박정희 대통령 못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자주국방’을 외치고 있으니 우리 군이 또 다른 시대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다행스럽게도 노 대통령이 거론하는 ‘자주국방’은 보수 진보 각측의 입장을 그런대로 적당히 충족시켜 주는 비교적 현명한 슬로건임에는 분명하다. 경축사를 통해 보더라도 우선 보수의 입장을 이해하는 발언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진보의 입장을 담은 발언을 넣고 있다. 국내 이념 편가르기의 봉합에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국방’만을 강조하는 것은 대책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은 아닌지 또 생각해 볼 일이다.

작년 11월 14일 21세기군사연구소는 ‘적정 국방비 확보를 위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마침 대선때라 네개 당의 정책위원장들로부터 국방예산정책과 관련된 그들의 계획을 들었다. 민노당을 제외하고 다른 3개당에서 모두 GDP 대비 3%대의 계획을 발표했다. ‘어떻게’라는 고민을 하다가 세미나를 마련했던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노 대통령의 ‘국방예산증액’은 참으로 기다렸던 바이고 감사한 일이다.

대통령의 경축사를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주한미군 재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우리의 자주국방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NSC는 주한미군의 재조정과 관련한 국내의 논란이 아직 우리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국민적 자신감과 자부심에 부합하도록 국가방위능력을 개선하고 향후 외부적 변화가 국내의 안보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자주국방을 추진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자주국방’이란 무엇인가. 결국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적 시스템을 개선하여 독자적인 전쟁 억지능력과 체제를 구비하는 것’을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주한미군에 무조건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인 전쟁 억지능력과 체제를 구비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것을 현실화 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또 어느 나라고 독자적으로 전쟁 억지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지난 이라크전에서 유럽국가의 모든 군사력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다국적군에 의한 전투를 택하였다. 독자적인 전쟁 억지능력과 체제를 갖추어 주한미군을 의존하지 않아도 되려면 도대체 우리에게는 얼마큼의 국방예산을 들고 있어야 할까. 그것은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자주국방’의 의미가 단지 슬로건으로서의 가치라 하더라도 진보쪽의 입장에서는 ‘자주’의 의미에서 보수쪽의 입장에서는 ‘대북안보’의 의미에서 양쪽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노선이다. 문제는 적어도 우리가 미국과 혹은 아시아의 국가들과 동맹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군사비를 책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적정 국방예산 확보를 위한
기반조성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국방부가 발간한 ‘미래를 대비하는 한국의 국방비 2003' 책자에 따르면 내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각종 전력투자에 약 5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찰위성,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중·고고도 무인정찰기, 전자전 지원기 등 감시·조기경보 전력에 2조6,994억원, K-1A1전차, K-9자주포, 다목적헬기 등 지상전력에 6조4,417억원, 3,000/7,000톤급 한국형 구축함, 대형상륙함, 차기호위함, 1,800톤급 잠수함 등 해상전력에 8조6,479억원, 공중급유기, F-15K 전폭기, 차기 대공미사일 등 공중전력에 10조8,700억원 등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내무반 개선을 비롯한 장병 사기복지 증진 및 전투준비 태세 강화 등 경상운영 분야에 82조원이 필요, 총 137조원의 적정 국방비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선 현재 GDP의 2.7% 수준인 국방비를 3.2~3.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이 국방부의 계획서를 확인하고 '자주국방' 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는데 앞으로 GDP 대비 3.5%를 국방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대국민 설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못 걱정이 된다. 적정 국방예산의 확보도 중요하고 대국민 설득을 위해서는 현존의 군사력을 어떻게 100% 활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전력의 효율화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전력수준 어디에 있나?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미 랜드연구소의 베넷 박사는 한국전문가로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한국군의 전력수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3년 현재 남북한이 보유중인 무기와 병력의 양적 질적 수준을 비교 분석하여 예를 들면 전차의 경우, 그 종류와 생산연도, 수명주기 등을 감안해 대당 가중치를 산출한 뒤 여기에 보유대수를 곱해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남북한의 전력지수를 계산했다.

최근 3년간 남한의 재래식 전력도 다소 보강됐지만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과 대량살상무기를 감안할 때 과거의 조사에 비해 약 5% 정도 상승했다고 본다면서 한국의 전력수준이 현재 북한의 83% 수준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베넷 박사는 “현재의 한미 연합전력은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야포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야포로 생화학탄을 사용할 경우 남측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은 단 200톤의 화학무기로 수십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북한의 야포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며 견해라고 본다.

한국의 독자방어에 대해서 베넷 박사는 “무기체계의 수준이나 훈련량을 감안할 때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북한이 생화학 공격까지 감행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가령 한국군이 대전지역까지 밀린다 하더라도 방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인명 피해가 난다면 ‘독자 방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밝혔다. 결국 엄청난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압도적인 대북 전력의 유지가 필요한데 과연 그것이 독자방어로 가능할 것인가.


휴전선의 북한 포병전력에 우리는 안전한가

미 해군은 사세보 기지에서 운영중인 미 제31해병원정단의 공격능력 보유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토마호크를 탑재한 이지스함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상권과 제공권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보다도 여차하면 휴전선 이하 16㎞까지 북한의 포병전력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지게 되는 현실이다.

만약 서울에 무차별로 포탄 몇 발이라도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지난 8월 14일 미 동북부 일대의 정전으로 인한 대혼란 이상의 혼란이 야기될지도 모르며 군사전용 도로가 없는 한국의 현실을 볼 때 민군간의 행렬이 엉켜서 작전 한 번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지난 6월 26일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 사령관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대포 일부에 화학무기가 들어있는 포탄을 장착해 놓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동안 육군에서는 대포병과 대기갑전력으로 각종 전차, 무반동총, 견인포, 자주포, 대포병레이더, 사거리연장탄, 다연장 로켓, 단약운반장갑차 등을 도입하는데 4조 5천억원 이상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사거리 60㎞에 달하는 장사정 북한 방사포의 포병전력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로 직접 대응하여 방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북한 방사포의 포탄이 날아오기 이전에 미리 그것들을 감시 포착하여 유사시 무력화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침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무작위 포병전력의 무력화를 위해서 우리 군은 무인항공기나 전자전장비, 정보전파체계 등의 보강이 필요하며 이들 장비의 실전배치가 오히려 시급한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해 볼 일이다.


작전개념을 다시 분석해라

주한미군의 전력구조 조정과 그에 따른 재배치는 물론이고 현대전의 특성은 이제는 한국에서도 과거의 전쟁개념과 다른 새로운 작전개념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한미연합군의 작전개념이 여러번의 워게임을 통하여 수차례 수정을 거친 바 있지만 군비와 국방체계의 재정립과 정보 작전기획능력의 재조정을 위하여 작전개념의 획기적인 검토가 이제부터 원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재배치에 대한 한국측과의 협의가 이루어지자 마자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의 한국상륙시간 단축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최신예 미 스트라이커여단의 첫 해외훈련을 한국에서 실시하는 등 신속하게 작전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신속성이 우리에게는 놀라운 일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능력이고 그들의 동맹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현이다.

겉으로 자주국방을 외치기 전에 현실적으로 우리의 작전개념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 과거 다련장 로켓의 사정거리가 지상군 관할구역 40㎞를 벗어난다고 하여 항공기의 공대지 전력화를 위해 차라리 이 로켓을 공군의 통제권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장거리 지대지 전력의 효율성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장비이고 엄연히 육군이 필요한 전력이다. 만일 육군의 작전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전략무기라면 그 배치를 사정거리와 일치되는 후방지역으로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왜 모든 무기체계를 휴전선에 정렬시켜야만 안심을 하는지 의아한 일이다.


지금이 RMA의 마지막 기회!

베넷 박사의 말대로 북한의 포병전력의 포문이 열리게 되면 휴전선 이남 16㎞까지는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므로 전략무기들의 재배치는 물론 군비와 국방체계의 재편을 서둘러야 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차원의 검토들은 첨단장비를 들여오는 것과 함께 전력의 효율화를 위하여 또 실질적인 의미의 자주국방을 위하여 필연적인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군의 진정한 RMA이다.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외치니까 누구라도 외치는 그런 구호에서 머물지 말고 "자주국방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왜?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놓고 그 답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자주국방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힘만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어떤 힘이 되었건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독자적인 작전개념으로 가능한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여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이다.

‘자주국방’을 위한 첨단무기의 개발이나 도입은 시장에서 물건만들듯이 물건사듯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협과 전장환경, 전략과 비전이 분석되고 획득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또 이것이 예산에 반영되어 계획이 추진되고 실전에 배치되기까지 수년, 수십년이 소요된다. 예산의 지속적 확보는 물론 한 번 수립된 계획이 완성되기까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때 그때마다 일어나는 국내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군의 중장기 계획이 좌지우지된다면 군의 역발전은 물론 국가예산의 피해도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정책이나 그에 따른 국방계획은 신중하게 결정하되, 한번 결정된 국방계획은 정권을 이어가서도 유효해야만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전략지침이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축사에서 밝힌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의지’가 현실적으로 적용되며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만, 주한미군의 무조건적인 우산의 혜택을 기대하는 것보다 미군의 파워가 확대되는 이상 한국군도 그에 걸맞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 미군을 제외시키고 독단적이고 독자적인 ‘자주국방’만을 외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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