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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military
Subject   [2011.07] 김진욱이 만난 사람 : 인도 ONICRA 김광로 부회장
김진욱이 만난 사람


김진욱이 만난 사람 : 인도 ONICRA 김광로 부회장


*김광로 부회장 약력 : 1946년 충남 강경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74년 LG그룹 입사, LG전자 서남아지역 대표,  LG전자 동남아지역 대표, 인도 비디오콘(Videocon) CEO, 인도 오니크라(ONICRA) CEO (現)


훌륭한 리더십은 어디에서나 빛을 발한다. 국경, 업종, 조직의 성격을 떠나 훌륭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김광로 부회장은 LG전자 인도법인에서 놀랄 만한 실적으로 업계의 최고 실력자가 되었고, 인도 최대 가전업체 ‘비데오콘’에 영입된 이후 ‘국내최초 CEO 수출 1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알려졌다. 김광로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오늘날 군대를 경영하는 리더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군사연구소 김진욱 소장이 김광로 부회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군에 귀감이 되는 부분을 찾아 보았다.


김진욱 : 세 파트로 나누어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첫째, 부회장님의 과거 실적에 대한 부분인데 1997년에 LG전자 인도법인이 설립된 이후 LG의 매출액을 1조 8천억 원까지 높인 노하우들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 다음으로 부회장님의 경영철학에 대해 좀 질문을 드리고 마지막으로 인도의 기업문화나 국가 행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부회장님은 1997년에 인도에 가신 이후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LG전자의 매출액을 360억에서 1조 8천억으로 올렸는데요, 도대체 이런 놀라운 실적의 향상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목숨을 걸고 적극적인 노력 필요


김광로 :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저는 인도 시장과 인도 사람,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며 self-confidence, 자신감을 가졌어요. LG전자 34년 근무 중에 마지막으로 인도에 왔는데, 두바이에서부터 경력을 시작하여 미국, 중남미, 독일 등 많은 해외시장을 거치며 쌓아온 해외영업에 대한 자신감과 인도 시장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합쳐져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little by little, 조금씩 발전하되 aggressive, 공격적으로 그리고 upcountry, 시골로 들어가는 마케팅입니다. LG는 인도 가전업체 중에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지사를 시골에 오픈한 기업이기도 해요. 그런 마케팅을 저는 ‘foot marketing’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입으로 이야기하는 마케팅과 상반되는 발로 뛰는 마케팅입니다. 이것이 저의 독특한 마케팅 방법이었어요. 보통의 기업은 대도시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저는 대도시에는 40%, 나머지는 시골에 맞췄습니다. 이는 손자병법에도 나오는 방법인데 상대방의 약한 점을 치는 것이지요. 모든 경쟁업체들이 대도시에 초점을 맞출 때, 저는 대도시에서는 2등하고, 시골에서는 1등하자는 생각으로 시골 마케팅을 벌였습니다. 인도의 대도시도 1997년도에는 열악한 상황이었고 시골은 말할 것도 없었어요. 인도 기업인들도 가기 싫어했지요. 그러나 저는 이른바 ‘시골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품질을 잡는 것은 기본입니다. 품질은 테크놀러지, 즉 연구개발(R&D)이 따라줘야 합니다. 저는 LG전자의 인도법인이 어떤 지사보다도 자체적인 R&D를 강하게 만들어 독립성을 갖추도록 하고 싶었어요. 모든 지사들은 자신은 조금 투자하고 자꾸 본사에 의지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렇게 저하고 대조적인 케이스가 중국 법인이었습니다. 그 쪽은 항상 지원을 받는 모습을 보였어요. 가정교사에게 너무 의존하면 학생이 바보가 됩니다. 인도법인은 되도록이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 쪽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보내서 배워오게끔 했어요. 저는 컴퓨터를 하다가도 문제가 있으면 기사가 와서 혼자 고치고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요. 제 컴퓨터에는 절대로 손을 못 대게하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옆에서 말로 설명해주고 조작은 내가 합니다. R&D도 자신의 독자적 노하우가 있어야지 매일 본사에 의존하면 안 되지요.

Sony같은 기업도 본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R&D는 99% 본사 의존이라고 보면 되지요. R&D를 독립적으로 할 경우 또 다른 장점이 무엇이냐 하면, 부품을 localization, 즉 현지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Sony의 경우는 그런 능력이 전혀 없다고 봐야 돼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을 갖다 팔기만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개발한 것과 인도에서 개발한 것의 시장 접근성은 매우 차이가 커요. TV에도 인도 사람이 좋아하는 크리켓 게임을 넣는 등 제품의 현지화가 가능하면 실적에도 영향을 주게 되지요.



“소극적인 연구개발은 시장 경쟁력을 잃었고

더 나아가 공장철수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현지에서 목숨을 걸고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공격적인 회사를 이길 수 없었다.”

『김광로-세계경영 크레도』中


상품보다 사람이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가가 중요


김진욱 : 부회장님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뒷받침하여 부회장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적인 조건이나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김광로 : 큰 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가깝고 또 인도보다 큰 시장인 만큼, 본사가 중국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는 바람에 거꾸로 인도에 포커스를 주지 않은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지요. 이런 상황과 저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철학이 맞아떨어졌어요. 중남미 등 해외를 돌아다닐 때 저의 실적이 괜찮았고, 제가 또 인도에 좀 늦게 왔는데, 이미 고참일 때 왔기 때문에 배짱도 있었습니다. 경영의 innovation, 즉 혁신이 가능하려면 배짱도 필요합니다. 이게 옳다 싶으면 본사가 뭐라고 하든 꾸준히 밀고 나가는 배짱이 있어야 하는데, 경력이 일천하면 이것이 불가능해요. 저는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인도에 왔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지요.


김진욱 : 자신감, 현지화, 배짱 이런 것들을 놀라운 실적을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확실히 감이 잡힙니다. LG에서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하시고 비디오콘에 픽업이 되신 것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김광로 : 비디오콘과의 3년 계약이 끝나 지금은 새로운 회사로 옮긴 상태입니다. ONICRA라는 신용조사 회사인데 LG나 비디오콘에서 내가 한 일이 하드웨어와 관련된 일이었다면 지금 이 회사는 ‘신용 평가’라는 소프트 프로덕트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인도 기자들을 만나면 새롭게 옮긴 회사가 이전 회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회사인데 경영이 가능할 것인지를 물어옵니다. 그러나 management, 경영은 어느 회사나 원리가 같아요. 저에게 인도항공을 경영하라고 해도 자신있는 것이 경영하는 일은 어딜 가나 똑같기 때문이지요. 상품의 종류가 달라졌을 뿐이지, 내가 맡은 일은 사람을 경영하는 일로써 다를 것이 없어요. 무엇을 파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김진욱 : 새로운 회사에서도 부회장님이 오너(owner)는 아닌 셈인데, 부회장님이 직접 오너를 하고 싶은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김광로 : 사람이 너무 지나친 욕심을 가지면 안 됩니다. 제가 오너냐, 전문가냐 에는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저에게 중요치 않아요. 본인의 철학은, 소유함과 소유하지 않음이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유(有)와 무(無)가 같다는 것이지요.


바쁘면 생각할 시간이 없어, 지휘관은 코치를 해야지 간섭 하면 안돼


김진욱 : 부회장님의 경영철학에 대해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세계경영 크레도』저서에 보면 27개의 크레도(Credo), 즉 경영신조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데, 그 중에서 특징적인 것을 좀 여쭤볼까 합니다. 통상 CEO는 게을러야 하며 CEO가 부지런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된다고도 하셨는데, CEO의 자세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김광로 : CEO가 게으르면 조금 곤란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꼭 CEO 뿐 아니라 보스(boss)들은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구글(Google)을 보면, 하루에 두 시간은 회사일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직장을 나왔는데 일을 하지 말라고 것이지요. 이를 idle time(유휴 시간)이라고도 하고, 애플(Apple)에서는 ‘white space’라고 합니다. 빈 공간,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 거기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컨셉이지요. 지휘자는 자기가 발로 뛴다고 너무 바쁘면 안 됩니다. 바쁘면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항상 지휘자는 약간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지휘관은 밑의 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있어야 돼요. 너무 자세한 것까지 간섭하면 안 됩니다. 지휘관은 코치를 해야지 간섭을 하면 안 돼요.


“나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근면하고 성실하려고 노력했다. 10년 동안 항상 집에서 6시에 출발하여 7시 공장 도착, 그리고 30분간 테니스를 치고 샤워한 후 8시부터 책상에 앉아 인터넷으로 세상을 보고,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습관을 지켜왔다. 나는 가장 먼저 출근했다.”

“건강한 리더에게는 하루 한두 시간 정도 자신만의 여유시간(Idle time)이 필요하고 또 홀로 있을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일과 권한을 아래로 위임하여 자기가 관여하는 일의 범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영 크레도』中



김진욱 : 부회장님의 경영 철학이 새로 가신 비디오콘의 회장이나 다른 임원들과 갈등을 빚지는 않았는지요?


김광로 : 엄청나게 있었지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즐겨 보는데 많은 미국의 일류 기업들 CEO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지시하는, dictating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코치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을 조언만 하고, 결정은 당신이 해라, 왜냐하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고 성과가 있었을 경우 거기에 대한 성취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물론 회사 전체로는 제가 책임을 지지만 그렇게 코치하는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인도의 많은 오너들은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타타(TATA)처럼 150년 가까이 가는 훌륭한 기업들은 저와 같은 스타일이지만 1세대 오너들은 그것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디오콘도 1세대 오너 기업이에요. 그런데 제가 인도에서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꽉 잡고 있는 것을 용납해 줄 수가 없어요. 그렇게 밀고 당기고 했습니다. 저로서는 품질이면 품질, 혁신이면 혁신 등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요.


“투명경영은 보통 인도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주나 그 가족이 경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한다. 회사 경영의 원가와 손익을 공개하는 것은 인도 직원들에게 신선한 차별화로 인식되었다.”

『세계경영 크레도』中


전쟁은 이겨야 한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싸워라


김진욱 : 만약 입장을 바꾸어 부회장님이 오너가 되고, 그 밑에 고용된 CEO가 지금 부회장님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부회장님은 그 사람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겠습니까?


김광로 : 당연히 기다립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이에요. 무작정 ‘가서 담배 사와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갈 때 이 가게에 가야하고, 이 길로 가야하고...’ 등등 프로세스를 일일이 지시, dictating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런 과정 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또 저는 실제로는 무서운 사람입니다. 신문기사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주로 믿음이라든지 신뢰라든지 부드러운 이야기만 하는 사람인데, 비즈니스는 ‘전쟁’이고 저는 전쟁에서 싸우는 과격한 사람입니다. 전쟁은 이겨야 하는 것이지요. 작년에 연평도 포격사건도 있었지만, 두들겨 맞으면 안 됩니다. 이겨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중요해요. 그런데 그 프로세스에 한해서는 무한한 자유를 부여해야 합니다.

제 밑에 있는 병사는 적이 나타났을 경우 이겨야 한다는 미션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포를 쏘던지 미사일을 쓰던지 병사가 알아서 합니다. 만약 적이 나타난 상황에서 병사가 ‘어떻게 할까요? M-16으로 쏠까요, M-1으로 쏠까요? 아이고, 이거 안 되는데, 미사일로 쏠까요?’ 이런다면 어떨까요? 우리 병사는 자기가 주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 잘 듣는 충복을 원해요. Royal servant를 원해요. 이런 사람들은 아주 말을 잘 듣고, 지휘관 앞에서 아주 죽는 척도 하지요. 그런 것을 좋은 말로 충성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은 그런 충성심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해서 일하라는 것이지요. 이 사람은 자기가 주인이니, 싸우는 것도 자기를 위해서 싸우게 됩니다.


“충복, Royal servant들은 아주 말을 잘 듣고, 지휘관 앞에서 아주 죽는 척을 한다. 그런 것을 좋은 말로 충성심이라고 한다. 저 같은 사람은 그런 충성심은 필요없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 일하라는 것이다.”


지시하지 않고 들어주어야 한다


김진욱 : 실적은 냉엄한 것인데, 실적이라는 것도 단기적인 실적이 있고, 지금은 당장 실패 같지만 장기적인 실적으로 남는 경우도 있고, 또 공적 차원의 실적, 사적 차원의 실적도 있습니다.


김광로 : 그러한 구체적인 케이스는 구체적으로 토론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윤리의식은 물론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당장은 실적이 나쁘더라도 정도를 가야 되어요. 많은 기업들이 정도를 안 가요. 단기 실적을 위해서지요. 저는 정도를 가지 않는 것이 조직을 떠나서 일단 당신에게 좋은 것이냐,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김진욱 : 정도를 갈 경우 분명히 성공한다고 확신하시는지요?


김광로 : 네. 우리가 환경을 잘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는데, 환경보다도 중요한 것이 윤리 경영이에요. 윤리 경영을 하지 않으면 100년을 못 가요. 이것을 ‘Ethics Management’라고 합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에서 가장 중요해요.


김진욱 : ‘윤리 경영’, ‘정도(正道) 경영’ 이런 것을 할 경우, 어떤 오너들은 현실은 이런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CEO가 오너에 대해서 실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광로 : 그렇지요. 그러나 환경, 윤리 문제에 있어서는 CEO가 양보하면 안 돼요. 예를 들어 비디오콘을 보면, 비디오콘의 오너가 누군가요? 비디오콘이 공개법인인만큼 퍼블릭, 대중이지요. 비디오콘의 오너가 원한다고 제가 절대 따라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원한다고 제가 따라하겠습니까? 저는 월급쟁이가 아닙니다. 지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보세요. 그 쪽 오너는? 거부해야지요.


김진욱 : 한 가지 부회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제가 아주 감탄한 말이 있는데, ‘진리는 잡종이다’라는 말입니다. 많은 경험과 사색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러한 말이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여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김광로 :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오픈 마인드가 됩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지요. Dictating, 즉 지시하지 않고 들어주어야 합니다.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예상하여 지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직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관대해져요. 아까 제가 결과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그것에 최선을 다했고, 그럼에도 실수가 있어 실적 달성을 못하면 또 기회를 줍니다.

저는 모든 미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제가 강하게 결과를 밀어붙이고 실적을 요구하면서도 직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개인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시스템이 그 사람을 서포트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김진욱 : 이제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인도는 앞으로 거의 발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광로 : 속도가 그렇게 빨리 가지 못한다고 보며, 그렇게 빨리 가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은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해왔는데, 과연 그렇게 빨리 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자명하지요. 자살율 1등, 이혼율 1등. 나쁜 것도 세계에서 우리가 1등을 해요. 물질적 발전이라는 것도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한국의 청소년을 보면 OECD 국가들 중 행복도가 최저입니다.

인도는 첫째 나라가 크고, 물론 부작용도 있지만 우리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지방자치, 시골마을의 자치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우리가 인도에 대해 자꾸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데, 오히려 우리의 안 좋은 면을 바꾸고 우리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도는 중국처럼 그렇게 급성장하지 않을  거예요. 못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합니다.


김진욱 : 인도 젊은이들의 재능과 창의성이 아직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풍토가 좀 조성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인도의 잠재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도의 정치, 행정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부회장님은 인도의 행정이 인도의 정치와 관계없이 아주 탄탄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김광로 :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위에서 장관이 바뀌어도 밑에는 ‘I don't care’에요. 누가 오든지간에 말이지요.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여서 파워가 국민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야 인도의 국민들이 아주 힘이 없고 가난해보여도, 거기에 파워가 있어요. 그 사람들이 투표를 해서 정권을 바꿉니다. 그런 탄탄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위에서 정치적으로 누가 보스가 바뀐다든지 해도 그들의 종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행정에 계속성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안정성이라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변화를 거부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습니다. 변화되기가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행정이 꾸준하게 간다는 안정성만큼은 대단하지요.


“지방자치, 시골마을의 자치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위에서 장관이 바뀌어도 밑에는 ‘I don't care’이다. 그러다보니 행정에 계속성이 있다.”


김진욱 : 인도의 민주주의, 인도 정치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광로 : 정치학자들은 아시아에 민주주의 국가가 두 나라가 있다고 말합니다. 일본과 인도.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싱가포르도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건전한 양당정치를 해야 되지요. 인도에서는 쿠데타도 한 번 없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인도는 어떤 나라보다도 성숙되어 있습니다.

혹자는 민주주의와 비즈니스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데, 절대적으로 밀접한 관계입니다. 민주주의 정부가 되어야 모든 정책이 계속성이 있고 안정성이 있습니다. 중동, 아프리카, 자스민 혁명 등 흔들리는 국가들을 보세요. 인도는 전연 그런 것이 없어요. 또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경제적 자유가 많지요. 민주주의라는 뜻이 그것입니다. 경제적인 자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도가 중국과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특별한 이변이 없이 꾸준하게 발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은 토끼, 인도는 거북이라고 말합니다. 거북이는 천천히 가지만 결국 갑니다. 토끼는 빨리 가다 다리가 부러지지요.


김진욱 : 경영인의 눈으로 볼 때 인도인이나 인도 문화는 경영 가치나 노동 가치의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광로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한국의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력으로 인도 노동력이 꼽혔습니다. 제 생각과 너무 일치했어요. 인도사람은 굉장히 순종적이에요. 종교적 영향이 있는데, 힌두이즘은 욕심을 줄이는 것을 추구합니다. 또 아열대성 기후 속에 사는 인도인들은 팔팔 뛰어다니다가는 병납니다. 그 대신에 천천히 꾸준히 움직여요. 공장에서 일을 시켜보면 하라는 대로 잘 합니다. 순종적이에요.


“인도인은 잘 흥분하고 쉽게 화를 내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한국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인도인을 이해하기보다는 편견을 갖고 무시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계경영 크레도』中


미국 일류 회사는 군사 문화를 가지고 있어


제가 인도 회사에 와서, 한국사람도 없고 오너도 아닌 상황에서, 인도 사람들을 변화시켜야 할 임무를 갖게 되었어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CEO의 일이고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제가 경험한 결과 인도인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잘 따라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종적이고 긍정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요. 우리도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30년 전의 우리는 훨씬 순진했고, 뭔가 배워보려는 자세였겠지요. 지금은 조금 배가 부르다고 변한 것인데, 하여간 인도 사람들은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진욱 : 경영자로서의 관점에서 인도인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광로 : 인도 매니저들에게 부족한 점을 짚는다면, discipline, 즉 규율이 부족해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보면 ‘discipline’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무식하게 ‘military culture’라고도 말합니다. 미국서도 일류 회사는 군사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discipline이라는 고상한 말을 안 써요. 일단 저는 군대도 다녀오고 했지만 군사 문화라는 말은 좀 싫어합니다. 그래도 인도 매니저들에게 discipline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어요. 시스템을 정해놓고 그것을 아주 매주 매월 엄격하게 지켜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장점도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며 debate, 즉 토론과 논쟁을 하는 문화가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일상화되어 있어요. 보스, 부하를 막론하고 자기들끼리 소리치면서 미팅을 해요. 한국에서 이렇게 소리치면서 회의하고 이런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런 점은 인도 문화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김진욱 : 부회장님은 앞으로 인도에서 더 많은 일을 하실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인도를 통해서 세계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인도로 건너 왔습니다. 부회장님이나 저나 한국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는데, 이런 한국적인 문화와 인도적인 문화, 한국과 인도의 기업 문화가 화학 작용을 이루어 윈윈(win-win)하고 절충하는 것이 앞으로의 우리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광로 :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hard culture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인도는 soft culture에요 Hard culture는 남성적이고 soft culture는 여성적입니다. 주역을 보시면, 양과 음의 개념이 있는데, 한국은 남한과 북한을 합하여 세계에서 양기가 굉장히 센 나라에요. 너무 세요. 인도는 또, 전 세계에서 음의 기운이 굉장히 센 나라입니다. 양국이 잘 조합이 되면 좋은 조화가 될 것입니다. 제가 인도에서 성공한 것은 두 개의 문화를 잘 조합했기 때문이에요. 무엇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number marketing을 추구합니다. 늘 ‘We are working for number’라고 말하지요. 군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거기서 질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항상 이길 수가 없는 법이잖아요. 이런 점을 보충하기 위해 음의 문화가 필요해요. 지는 마음, 참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이런 마음도 있어야 합니다. 싸울 때는 목숨 걸고 싸우고, 실패하면 또 그것을 용인하고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모두 필요한 것이지요.


김진욱 : 지난번에 한번 사모님을 뵈었지만, 부회장님처럼 이렇게 튀는 사람을 감싸주려면 포용력도 상당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족들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시지요.


김광로 : 둘째 아이의 결혼식을 미국에서 지켜보고 돌아왔습니다. 중국 사람과 결혼을 했어요. 두 명의 아이들이 모두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데, 저는 아이들이 의사를 하든 무엇을 하든, 자신들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가족 문제는 되도록 당사자들에게 맡겼습니다. 미주알고주알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기들 몫을 한 것도, 제가 내팽개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만약에 그것을 보통 한국 사람들처럼 일일이 간섭했다면, 아이들이 그것을 그대로 따를 수도 있지만 반발할 수도 있었겠지요. 저는 그렇게 안 합니다. 자기 인생이거든요.


김진욱 : 제가 인도에서 하려는 일과 관련된 것인데, 부회장님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지만, 퍼포먼스에는 공적 퍼포먼스가 있을 수 있는데,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사단법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적인 이윤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인도에서 2년 반 정도 살았는데 제가 단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문제만을 고민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문제를 떠나 세계문제를 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눈을 넓혀보니 기아문제부터 환경문제, 종교문제, 인종문제, 교육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등등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글로벌 연구소를 인도에 하나 만들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의 책을 읽어보면서 부회장님이 말씀하시는 윤리경영, 정도경영이 사실은 하나의 기업의 이익, 개인의 이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야 공익을 추구하고 윤리적 정도를 걷는 것이 회사나 기업에 이익이 되겠지만 기업이나 오너가 그렇게 여유를 가질 수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부회장님께 사적 이익 혹은 비즈니스 이익을 어떻게 공공이익과 연결시켜야 될 것인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고객에 맞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김광로 : 첫째, 연구소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역시 숫자, number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돈을 벌어야 해요. 부부간에도 남자가 가족의 호구지책을 마련 못하면 가장의 자격이 없어요. 아무리 아름다운 언어로 공공이고 뭐고 해도, 연구소가 생존하기 위한 수입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할 때, 고객이 만족하게 완성해야 되어요. 그러나 고객이 만족한다고 해도 그것이 비윤리적이라면 절대 오래 못 갑니다. 반대로 합리적, 윤리적으로 했음에도 구성원에게 월급조차 못 주는 곳이라면? 그럼 안 돼요. 그러니까 바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상상력이 뛰어나야 하지요. 상품 가치 면에서 공공이든 사적인 영역이든 같아요. 상품 가치가 없으면 생존을 못한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프로젝트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상대의 수준에 맞추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초등학생인데 미분적분 들이대면 될까요? 고객에 맞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됩니다. 또 그 결과물이 고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즉시 적용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야, 이거 봐라, 괜찮다’ 싶으면 그것을 채용하는 문화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fresh한 아이디어가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을 혁신할 수 있어요. 남북한 통일 및 한반도 평화의 솔루션을 인도에서 찾으려고 하는 시도도 매우 좋은 시도라도 봅니다. 인도의 석학을 보고 얘기를 해보라고 하면, 되는 얘기 안 되는 얘기를 있는 대로 쏟아낼 거예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한국에 제시했을 때, 그것이 당장의 현실성은 없어도 괜찮은 아이디어일 경우 채용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진욱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독자들은 물론이고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김광로 부회장은 끝으로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등장하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사자성어를 강조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고 직역할 수 있는 이 말에서 ‘그릇’은 정해진 모양과 용도를 가리킨다. 정해진 용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논어집주』를 보면 “기(器)란 그 용도에만 적합하여 상호 통용되지 않는데 군자는 이와 같이 몇 가지 기능과 기예에만 연마해 그것에만 정통하여 아집, 독선, 편협이 되면 안 되고 다른 것에 대한 것도 두루 섭렵하여 획일적 사고행동보다는 자유자재의 융통성과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나온다. 김광로 부회장은 분명 어느 한 그릇에만 적합한 CEO가 아니다. 때문에 국경을 넘나들고, 매우 다른 시장 조건 속에서도 김광로 부회장은 성공하여 공자의 오래된 명언을 오늘날 우리에게 재현해 보이고 있다. 김광로 부회장은 ‘그릇’을 가리지 않는 리더이자 CEO이다. 


사진·정리: 김지예 기자(jiye.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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