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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11.05] 영국 왕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무인가? 생존전략인가


영국 왕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무인가? 생존전략인가



영국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가 결혼식을 치룬지 30년만에 또 다시 세기의 결혼식이 지난 4월 29일에 성대히 치러졌다. 세계 20억여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왕실은 350년 만에 최초 평민 왕자비를 맞이하였다. 윌리엄 왕자빈 케이트 미들턴은 세계 여아들의 우상인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29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례로 결혼식을 치렀다.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1997년 윌리엄 왕자의 모친인 고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엄수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신부 케이트가 부친의 손을 잡고 오전 11시 성당에 입장하자마자 존 홀 웨스트민스터 주임 사제의 예배에 이어 영국성공회 리처드 샤트레스 주교의 강론, 윌리엄스 대주교의 주례 순으로 의식이 진행되었다.

결혼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양가 친인척과 영연방 국가의 대표사절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부부, 고 다이애나비와 친했던 팝스타 엘튼 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부 등 1천 9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신부는 마차를 타고 의사당 앞길과 정부청사들이 몰려 있는 화이트홀 거리, 더 몰 거리를 거쳐 버킹검궁까지 2㎞가 넘는 구간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펼쳤다.

두 사람은 이어 버킹검궁 발코니에 나와 분수대 쪽을 향해 수많은 축하객들에게 답례하며 전통에 따라서 입을 맞추었다. 인터넷에는 짧은 키스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다시 길게 두 번의 키스 장면을 연출해주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는 기사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식 대미를 알리는 에어쇼가 버킹검궁 상공에서 이뤄졌다. 2차 세계대전때 맹활약했던 랭커스터 폭격기와 스핏파이어 전투기, 허리케인, 타이푼, 토네이도 등이 축하비행을 하였다.

버킹검궁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베푸는 오찬이 열렸고, 저녁에는 윌리엄 왕자의 부친 찰스 황태자가 300명의 지인을 초청한 가운데 만찬 및 무도회가 진행되었다. 신랑 신부는 왕실 숙소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신혼여행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윌리엄 왕자가 군복무 중인 웨일스 앵글시 공군 기지 인근에서 신혼생활에 들어간다.

두 사람은 2001년 9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에서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2010년 10월 케냐 여행 도중 약혼했다고 알려져 있다. 만난 지 10년 동안에 이별의 아픔도 겪었지만 결국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날 케이트는 영국왕실의 학사학위를 가진 며느리, 평민 출신 왕자비 등 특별난 호칭이 따라 붙은 신데렐라로서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군번은 230873


명예혁명 이후 영국 국왕은 군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그저 군림만 하고 통치는 안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한때 왕실 존립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영국 왕실은 왕실의 생존전략으로서 왕실의 국가에 충성하는 이미지를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왕족 남자라면 누구라도 자진 군복무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왕실의 존립을 높일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아버지인 조지 6세는 물론 엘리자베스 2세, 필립공 모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조지 6세는 왕위를 물려받기 이전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왕위를 물려받은 이후에도 2차 대전에 참전하였다.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왕권을 이양받기 이전인 18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 조지 6세를 귀찮게 졸라, 자신에게도 조국에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엘리자베스 공주는 자신도 입대해 직접 전쟁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지 6세는 딸을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덜 위험한 영국 여자 국방의용군(ATS ; Auxiliary Territorial Service)에 소위로 입대시켰다. 그때가 1945년 3월 4일이었다. 군번은 230873이었다. 그녀는 전투부대에 배치되는 대신 구호품 전달 서비스 부서(WATS; Women's Auxiliary Territorial Service)에 배치되었다. 1938년 창설된 WATS는 젊은 여자들로 구성된 부대였다. 원래 WATS는 부대 안의 취사와 심부름, 그리고 매점 관리를 맡아보던 곳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확대되자 WATS의 업무도 점점 커져 군용 트럭을 운전하거나 탄약 관리를 맡게 되었다. ATS는 1949년 2월 1일 왕립여군단이 되었다가 1992년에 해체됐다.

이렇게 용감했던 엘리자베스 공주는 1953년 6월 2일 조지 6세가 사망하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왕위 대관식을 치루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되었다. 그녀는 영국 여왕으로서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영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신 앞에 맹세했다. 거기에는 작은 엘리자베스 공주는 없었다. 군주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엘리자베스 2세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 어린 엘리자베스 공주와 같은 가슴과 마음을 가진 찰스, 에드워드, 윌리엄, 해리 왕자들은 어머니, 할머니가 했던 그대로 군복무를 했다.

영국전통으로 왕세자는 군입대를 하지 않지만 차남은 군입대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찰스 황태자는 영국 해군 석탄운반선 주피터에서 5년을 근무하다가 1974년 4월에 전역하였고 동생 에드워드 왕자는 미 해군 조종사 현역으로 참전했다. 윌리암 왕자는 샌드허스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근위기병대 훈련 등 육·해·공군 훈련을 두루 받았지만 참전 경험은 없다. 2008년 공군구조헬기 조종사가 된 이후 현재는 윈저의 블루스 앤드 로열스 연대 본부에서 공군대위로 근무하고 있다. 이번 결혼식 복장이 공군 군복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했지만 윌리엄은 육군 근위병 군복을 입었다.

해리왕자 역시 2006년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졸업했고 그해 10월에는 무장 정찰임무를 하는 지휘관 훈련을 마쳤다. 2007년 2월 21일 이라크 주둔군 부분 철수 계획을 발표했던 토니 블레어 총리는 “해리 왕자는 정말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청년”이라고 칭찬했다. 다음날 22일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가 속한 연대가 4월 이라크에 파견될 것이며 해리 왕자는 11명의 대원을 이끄는 정찰부대 지휘관으로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의 참전 소식은 1982년 찰스 황태자의 동생이며 해리 왕자의 삼촌인 앤드루 왕자가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한 지 25년 만의 일이라 당시 영국 각 언론사는 또다시 흥분했다. 이후 해리 왕자는 이라크 파병을 자원했으며 “막사 뒤가 아닌 전장에서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복무하고 싶다”고 말해 파병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해리 왕자의 파병 이후 군생활 사진이 사이트에 넘쳐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연출이라는 기사도 나오기도 했다. 결국 아프간 파병 장소 및 임무가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해리 뿐만 아니라 동료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복귀시키는 일이 발생되기도 하였다.


왕실에 대한 군사문화의 극치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이렇게 왕실 남자는 물론 여자들까지 스스로가 군대 입대를 자청하는 것은 영국의 강력한 군대양성에 그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때부터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시켰으며, 현재까지도 국가안보 개념을 국가경영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왕실이라고 해서 군대 입대에 대한 예외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영국 왕실의 노력은 왕실 존폐여부의 주장을 잠재우는데 충분하였다. 누구나 말하듯이 단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만이 아니라 영국왕실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 군복무 의무를 지향했는지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볼 때, 영국 왕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노력과 힘이 아직도 왕실의 존립 이유가 되고 있으며, 왕실의 권위에 대해서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국민들에게 선심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 아무리 신분이 높다고 해도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그들에게 있어서 국가의 군사문화를 최대한 활용한 일종의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귀족 남자라면 누구라도 군복무를 하게 되어 군복을 입게 되는 것이 왕실의 전통이 된 것이다.


영국 귀족들은 대부분 군복 착용


영국 역사는 그 어떤 나라보다 강인한 전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은 기원전 5세기경 켈트족의 침입이래 로마의 침입, 앵글로색슨의 침입, 바이킹 그리고 노르만의 침공 등 끊임없이 유럽대륙으로부터 강인한 기질을 가진 민족들과 정복과 융합과정을 넘나들면서 강력한 상무적 기질과 무인 전통이 만들어졌다. 영국에서는 군의 계급이 사회적 신분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군사문화가 사회의 보편 문화 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경찰 계급을 볼 때 Sergeant를 경사, Lieutenant를 경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번 윌리엄 왕자 결혼식에 엘리자베스 2세 남편인 필립공, 찰스 황태자, 해리왕자는 물론 그 외 모든 왕실 귀족들까지 모두 군복을 입고 참여하였다. 찰스 황태자는 고 다이애나비와 결혼할 때도 영국해군 군복을 입고 결혼식을 거행했다. 이번 윌리엄 왕자 결혼식에서는 지난 2006년 받은 해군 제독직에 맞는 예식용 해군 정복 차림을 하였다.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들어갈 때 형제가 나란히 턱시도가 아닌 군복을 입고 들어가는 모습이 아주 정상적이고 당연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형의 들러리로 최근 육군항공대 대위로 진급한 해리 왕자도 대위 제복에 육군항공대의 날개 모양 휘장과 아프간 복무 메달 등을 착용하였다.


공군이면서 육군 제복을 선택한 윌리엄 왕자


29일 윌리엄 왕자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결혼식 복장으로 버킹검궁 근위병 교대식으로 친숙한 영국 육군 대령의 진홍색 코트 제복을 선택했다. 이는 공군 수색구조 헬기조종사인 윌리엄 왕자가 네이비 블루색의 공군 위관급용 정복을 택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을 깨뜨린 선택이었다. 별이 달린 푸른 어깨띠, 공군의 날개 모양 금색 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50주년을 기념하는 금메달 등으로 장식된 붉은 군복은 결혼 예복으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다.

이 제복은 윌리엄 왕자가 지난 2월 받은 영국 육군 ‘아이리시 가드’ 보병연대의 명예 대령 계급에 상응하는 복장으로, 이 부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 중이다. 아마도 윌리엄 왕자는 이 군복을 택함으로써 현재 전장에 나가 있는 해당 부대에 대한 경의 표시이자 군 복무에 헌신하는 청년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군이면서 육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윌리엄 왕자는 작년 10월 스카이 TV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가슴은 육군에 있다. 내가 처음에 육군에 입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프간에 못간 것이 유감스럽다”며 육군에 대한 애착과 아프간 복무에 대한 강한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할수록 좋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벤치마킹


지난해 가을, MC몽 발치 병역논란시 모 방송에서 현 국회의원,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지방자치단체장 및 그 직계 비속 769명에 대한 병역 면제 여부를 확인해 공개했다. 그 결과 국회의원 중 41명이 면제를 받았고 38명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여성을 제외하고 16.2%가 면제였다. 국회의원의 아들 손자 등 직계 비속 중 21명이 면제, 28명이 보충역이었다. 면제율은 10.3%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은 17명이 면제, 5명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직계비속은 면제가 11명 보충역이 9명이었다. 면제율은 각각 20%와 15%로 나타났다.

무언가 새로운 것 또는 발전방안을 내놓을 때, 가장 신뢰하는 구성안이 선진국의 벤치마킹이다. 다른 분야 많은 곳에서 그동안 이뤄진 벤치마킹처럼 이제 21세기군사연구소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 모색’이라는 연구용역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영국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영국왕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꼭 포함시켜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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