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 무패 최강의 파이터 F-15, 적기가 발견조차 하기 힘든 F-22 랩터, 최초의 수직이착륙 초음속기JSF F-35.
이러한 최첨단 전투기들의 화려한 단신들 속에서 초등훈련기인 KT-1의 소식들은 일반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도전이었나를 알게 된다.
Microsoft의 운영체제 NT(현 Windows Server) 개발비화를 다룬 '싸우는 프로그래머',. 미국의 아폴로 계획을 다룬 미니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 '와 영화 '아폴로 13'. 이런 작품들을 통해 전문적인 프로젝트들이 일반 대중들의 열렬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책의 가치는 분명해진다.
모래 퍼다가 반도체 만들기
6,70년대의 선구자적인 국방과학기술 진흥정책의 인프라가 그 배경에 있었음을 감안할 지라도 KT-1의 개발비화는 Amazing Story이다. 2차 대전 이전부터 이미 항공기를 자체 제작하여 전력화한 구미 항공선진국들과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KT-1의 개발이 시작되었던 시기 국내 항공산업의 독자적 설계능력은 전무했었다고 알려진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그 첫걸음을 내딛었지만 그것이 성공적인 시제기 제작과 공군 전력화로 결실이 맺어지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항공선진국들의 경쟁기종을 물리치고 해외수출로까지 단번에 이어졌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 개발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땀과 눈물이 그것을 가능케 했을 것이며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은 위대한 꿈의 기록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과 엔지니어들, 시험비행조종사들, 지원인력 들이 단지 개인의 캐리어와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구도에만 충실했다면 그 시도와 경과가 결코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숨은 영웅들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그 개발비화를 하나로 엮고 또 그것을 읽는 행위란 그 영웅들에 대한 작은 헌사가 될 것이다. 아울러 분야가 다를지라도 그 역시 완성해야 될 꿈의 프로젝트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어두운 밤의 길을 지날 때 앞을 비춰 줄 불빛이 되어 줄 것이다.
1983년 회의적 시각 속에서 개발타당성 연구를 시도한 것이 모태가 된 KT-1 프로젝트의 기록들엔 재미 있거나 아찔한 일화들도 많다. 자체설계경험이 전무한 항공업계 실정에서 우려와 회의의 시선을 뒤로 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한 엔지니어들 .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고된 혼돈과 모색, 긴장과 눈물의 밤샘작업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 가게 만들었을까? 모형항공기를 조립하면서 품었던 소년의 꿈은 아니었을까?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많은 생각의 단서들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 제작을 앞두고 연수에 참가한 국내 엔지니어들. 그들의 열의에 불안감을 느낀 협력업체가 필기도구의 지참을 금지시키자 담배 한 개피를 꺼내들어 경쟁사 항공기의 수치를 재고 암기를 해서 협력업체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 일화가 재미있다. 수입납품 사출좌석 오작동과 캐노피 이탈로 죽음에 직면했던 테스트 파일럿들의 헌신까지 자칫 역사 속에서 망각되어 졌을 기록들을 잘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 웅비 ' 의 태동을 위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공군과 산업체의 요원들, 세계 초등 훈련기 시장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뛰어든 업체 관계자들과 각국 외교관들의 협조, 수출과 전력화를 위해 양산지원체계와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투입된 연구지원인력까지..
그 모든 사람들의 땀과 시간을 통해 KT-1은 세계 초등훈련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공군의 전력을 수입기체에 의존하지 않음으로해서 막대한 외화의 절약. 또 이 경험과 기술, 해외 유수 항공업계의 인정이 불러올 국내 항공산업 발전의 가속화를 생각해 본다면 이 어찌 꿈의 기록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기간을 따져보니 결실을 맺기까지 6명의 대통령이 있었고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인생의 황금기가 그 시간들 속에 있었다.
KT-1은 현재 공군에 실전배치되어 공군의 초등훈련기로써 노후화된 기존 수입기체들을 대체하여 운용중이며, 전술통제기로써의 역할에도 모자람이 없다. 또, 인도네시아 공군에 수출을 시작으로 터키공군 수출, 각국 공군의 수입의사 타진에 답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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