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치울 수도 없고,

뜯어치울 수도 없고,하자니 너무 힘들고...


김진욱


새벽에 눈이 떠졌다. 온갖 걱정 때문이다. 2월호는 나가야 하는데 편집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매월 잡지가 나와서 보면 오자·탈자 투성이니 이거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다섯시에 사무실에 도착하니 빌딩은 잠겨져
있다. 다행이 빌딩 근처 해장국집이 문이 열려 있다. ‘그래 저기 가서 요기나 하자'
고 들어가니 복순이 할머니가 반긴다.


몇시에 나오셨어요?' ‘오늘은 아파서 두시 반에 나왔어요. 이젠 죽겠어요. 그만둘
수도 없고 하자니 너무 힘들고... 아 글쎄 그릇 닦는 사람이 봉급을 올려달라는 거에요.'
‘지금 얼마 주고 있는요?' ‘90만원이요. 요즘 웬만하면 100, 200 그래요. 칼질
조금 했다하면 200달라는 거에요. 일이나 제대로 하면 몰라요. 그릇이나 다 깨먹고
시간되면 가방들고 나가 버리는 거에요. 어제도 아줌마가 설겆이도 안하고 나가서
오늘 아침에 새벽 손님들이 갑자기 밀어닥치는 바람에 난리를 쳤어요. 이젠 정말
그만 두든지 해야겠어요. ‘이거 하신지 얼마나 돼셨는데요?' '한 40년 넘었어요.
내가 서른 갓넘어서 여기에 세를 들었으니까. 그땐 사람들이 젊은 아줌마가 어떻게
식당을 할려고 하느냐 그랬지요


요즘 사람들 정말 부려 먹기 힘들어서 원. 이제 몸도 성치 못해요. 관절염이 도지고
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해요. 그만 두자니 여기 사장이 재개발 될 때까지 자꾸 하라는
거에요. 거의 한 40년을 거래했는데 박정하게 뿌리칠 수도 없잖아요. 손님이 오면
안받을 수도 없고. 하루종일 그릇닦고 정리하고 내가 다 해야 하니. 내가 지금 일흔
넷인데 젊은 것들이 둘이나 돼도 내가 하는 것 반도 못해요. 저녁에 손님이 와도
약속이 있다고 나가 버려요. 하루종일 이 짓 해서 인건비 주고나면 아무것도 안 남아요.
이거 정말 뜯어치울 수도 없고 하자니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나도 혼자 이렇게 바둥거리다가 복순이 할머니 신세를 면치 못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