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위기로서의 노사분규
김현중
지난 연말 연초는 노동법 개정문제로 온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노동법 문제로
이렇게 시끄럽기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노동법 개정문제는 작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이 참여와 협력의 신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노사담당자를 비롯한 각계의 인사들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선진적인 노동관계법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계속하였으나,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때마침 국내경제의 침쳬에 맞추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선진적인
노동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일방적인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였으며, 여당은 작년 12월 26일 새벽, 기습적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하여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노사관계에 있어
노사자율 해결의 원칙을 무시하였다는 점과 둘째 재계의 의사를 수용하고 노동계의
의사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 셋째 노동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며, 넷째 국내경제의 경쟁력 약화요인이 근로자들의 고임금 때문이라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노동법 개정안의 국회심의과정과 결정방법이 없는 행태로 나타난 점등이다.
우리나라는 6.25이후 전쟁의 폐허속에서 오늘날의 경제발전을 이룩하였으며, OECD에
가입하는 등 선진국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근로자들에 대한 소득분배 복지제도 세제등, 각종정책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개 시행되어 왔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가장 정확하게
잘 납부하는 사람은 「근로자를 중심으로한 봉급생활자」들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반대로 재벌들에게는 정경유착 구조가 심화되어 금융특혜등이 시행되어 왔다.
최근의 한보사건, 그리고 수서비리, 성수대교 붕괴, 당산철교철거등은 이러한 우리의
잘못된 경제구조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즉, 국가경쟁력제고는 바로 이러한 불합리한 경제구조 문제들을 개선하고 끊임없는
기술연구와 개발투자를 통한 품질 및 생산성 향상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이러한 근본적인 경제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근로자의 임금 및 고용의 문제를 경영자들이 주장하는 단순논리에서 찾으려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정된 노동관계법 내용중에서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대체근로제, 전임자 임금지급문제는
노사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발전이 아닌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정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임금감소와
실업자의 양산으로 나타나 결국 사회불안이 야기될 것이다.
특히 대체근로제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제도인데,
이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제도다. 그리고 노조 전임자임금을
노동조합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는 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지난 80년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노동계를 산업별 체제에서 기업별
체제로 전환시켰는데 이로인해 노동조합의 조직·재정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어렵게
되었다. 산업별 체제의 경우, 각산업별 노동조합에서 정책임금에 관한 사항을 교섭·결정하고
산하 단위노동조합에서는 구체적 노사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따라서 산별체제의 경우
조직규모, 재정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임자 임금지급문제를 노동조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가 다소 용이하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별체제하에서는 각단위노동조합별로 정책임금 및 구체적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조직·재정규모가 미약하기 때문에 각종노사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전임자 임금지급을 노동조합에서 할 경우에는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불가능하며 노동조합비를 대폭 인상해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비를 임금의 2% 이내로 제한해 왔기 때문에 재정상태는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지금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현재의 기업별 체제를 산별체제로
전환시켜야 하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번 노동법개정에서 제외된 공무원 및 교사의 노동기본권 불인정과 복수노조유예는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면에서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정은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공무원노동조합이 존재는 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상이 철도, 체신,
국립의료원의 기능직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공무원의 약 6%에 해당하는
5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조직율을 가지고는 전체 공무원을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난 50여년동안 철도노동조합을 중심으로한 공무원
노동조합은 우리나라 공무원의 복지향상, 임금향상등 각종의 권익증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만약 미미하더라도 공무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공무원들의
생활향상이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이 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북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일반공무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남북한의 경제력 등을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북한에 대해 우월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민적 시각에서도 북한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제 공무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인정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고 본다.
대체로 학자들은 공무원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첫째 공무원의 경제적 지위향상,
둘째 하의상달을 통한 효과적인 행정개선에 기여, 셋째, 부정부패의 방지, 넷째 공무원들의
사회적 욕구충족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인정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정부에서
전면적인 노동기본권인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전국의 기능직 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은 크게 일반직 공무원과 기능직 공무원으로 나뉘어지는데
철도, 체신, 국립의료원외의 부처에 근무하는 기능직 공무원에게 우선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방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정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방자치제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방주민들이
지방행정에 참여하는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반면에 이를 담당하는 지방공무원들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여 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이러한 단계적인 노동권 인정의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국내의
제반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특수직(경찰직, 소방직, 교도직등)공무원을 제외한 6급이하의
전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대안이라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면 노동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노동법 개정문제와 관련하여 노동계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국내정치경제를 불안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이땅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그리고 국가의 장래를 위한 행동이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계가 이번 파업행위중에 국민의 편의를 고려한 공공부문 등의 파업유보와
같은 탄력적인 행동은 보다 성숙된 노동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도
노동자들만을 위한 집단이기주의보다는 국민과 함께하고 국가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책임있는 보다 성숙되고 발전하여야만 한다는 면에서 이번 노동계의 일련의 행동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