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과 화랑주



박계향



정말 우연한 기회에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분과 식사를 같이 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숨가쁘게 나누는 가운데 그야말로 산해진미와 같은 술안주가
차려져 나오고 그리고 한 병의 술이 따라 올라왔다. 언뜻 보니 경주 법주의 "화랑주"라는
이름의 약간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술이었다.



화랑이라는 말이 나에게 그 옛날 선인들의 풍류를 자아내게 했고 그와 동시에
학교다닐 때 흥겹게 읊조렸던 멋진 시조 한수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짚방석 내지마라


낙옆엔들 못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진 달 돋아온다.


아해야 박주산채일망정


없다말고 내어라



그 옛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던 멋진 시인이 자연과 더불어 술을 즐기는 풍류를
흠씬 느끼게 하는 그런 싯귀이다. 내가 시조를 소리내어 읊조리니 그 분도 또 술에
얽힌 다른 일화를 하나 말씀해 주셨다.


조선시대 성종때 신용개라는 명재상이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호탕하고 거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다.


어느날 그는 그의 부인에게 조금 있다가 여덟 분의 아름다운 손님이 올 것이라고
하면서 술과 안주를 장만하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달이 올라 달빛이 방안에 그득하게
되었다. 손님이 다 왔다며 그는 그의 부인에게 술을 내오라 했다. 신용개는 8개의
화분사이에 술상을 놓고 국화와 대작하며 취하도록 마셨다는 것이다.



나는 그 명재상의 술마시는 상황을 한편의 영화처럼 눈앞에 그리며 내 앞에 놓여진
술을 바라다 보았다.


볼수록 정감이 가고 인상적인 이름의 술이었다. 화랑이라니… 신용개가 국화와
대작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신라시대의 화랑들과 마주앉아 대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짜릿하게 느꼈다.


큰 뜻을 품고 있는 화랑들이 나라의 안녕과 번영 더 나아가 삼국통일을 위하여
마음껏 논하고 있는 듯한 정감도 느꼈다. 술이 취해 갈수록 단아하기까지 한 그 화랑주가
내 가슴속으로 더욱 파고 들어왔다.



많고 많은 이름중에서 화랑이라고 지어진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아마도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우리의 찹쌀로 빚은 술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화랑주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몇 잔이 오고가면서 화랑주가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자 취기가 오른 신라의 화랑도들이 점점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바쳐 이 나라의
번영과 신라의 숙원사업인 삼국통일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우연히 마주한 화랑이라는 주님(?)때문에 신라화랑들의 삼국통일을 위한 노력의
의지를 새삼 느끼게 되어서 흐트러진 마음과 몸을 고쳐 세워 이 나라를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나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화랑주가 나에게 내 조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것이다.


나 혼자만 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며 지내왔던 나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본분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고 내 조국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화랑주! 주님(?)께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