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가족코너


이등병을 울린 귤 한접시



유진선



요즈음 과일가게에 펼쳐져 있는 과일의 색깔이 참으로 예쁘다.


다홍빛을 띄우는 홍시, 단감, 빨간 사과 그리고 계절을 무시하고 뽐내 듯 손가락을
펴고 있는 노란 바나나, 또 빼놓을 수 없는 노랗고 새콤 달콤한 귤이 있다.


특히 귤은 우리 집 둘째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항상 집에서 바닥이 나지 않게
한다. 몇해전 그러니까 남편이 전방부대에 근무할 때이다. 그 해에도 귤은 우리의
겨울 밥상의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님의
관사 생활이 무료하실 것이라고 생각해 주신 부대장님께서 소일꺼리를 만들어 주신다는
배려로 관사 옆 공터에 밭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어머님과 나는 부대의 많은 일로 힘드심에도 불구하고 가족들 집안일에까지 신경써
주시는 부대장님께 너무나 고마워서 오히려 감사인사 조차 드리지를 못했다. 또한
부대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삽, 곡괭이, 낫을 들고 아저씨들이 달려왔다. 공병대 소속 아저씨들이었다.


낯설지만 남같지 않던 그 아저씨들(같은 부대소속 장병들에 대한 일반적인 군인가족들의
감정)은 땀을 흘리며 밭을 가는 동안 어머님과 나는 빈대떡을 부치고 따뜻한 커피도
준비하고 귤도 한 쟁반 준비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재산목록 1호가 될 밭은 일구어져
가고 있었다. 작업을 다 끝냈다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달려나가 보니 너무나 근사한
우리의 밭이 눈 앞에 보란 듯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어머님과 내가 시작했다면
하루를 잡아도 못했을 면적을 1시간만에 너무나 멋진 밭을 일궈낸 것이다.


너무나 근사해서 감탄만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님께서 준비한 음식을 갖고 나오라고
하셔서 물수건과 음식을 갖고 마당에 있던 간이 탁자위에 올려 놓았다.


땀을 흘린 후 먹는 음식이라 아저씨들은 너무나 맛있게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아저씨가 고개를 숙이고 귤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작업중 다친 것이 아닐까 하고 놀라서 물으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고향이 제주도인데
귤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나는가 봐요”라는 것이다. 그때 그 아저씨가 “우리 집 과수원에
귤이 많이 열려요.”하고 말했다. 그때 또 한 아저씨가 “부대 배속된지 한달밖에
안되요”라고 말했다. 시끌시끌하던 아저씨들의 잡담도 조용해졌다. 아마 그 마음을
다 이해하고 동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자신들의 상황에 난감해 하면서 먹는 일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눈만 껌벅거렸다.


기어코 그 아저씨는 꿈에서 집과 부모님, 형제, 친구들을 만나보았으리라.


그날 이후 난 겨울만 되면 아니 귤만 보면 귤을 입에 물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 아저씨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군인 가족이기에 보통 사회 민간인들 보다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점점 추워지는 이 겨울날 집과 부모님을 떠나 있는 모든 사병 아저씨들에게 건강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부모님을 떠날 때와 같은 모습 아니 더욱 듬직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빌 뿐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군인가족들의 사소한 배려가 그들에게는 가정의 포근한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감정들이 전투력 상실을 일으키기 보다는 더욱
더 군 생활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통하여 그들이 건강하게 군대생활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 가족 여러분!


사병 아저씨들을 軍에 몸담고 있는 동생이라 생각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