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안보관


“보십시오. 이제 여름이 되면 태풍은 어김없이 불어올 것입니다”


─ 대선출마 선언을 한 이인제 경기도 지사를 찾아서 ─


대담.정리: 김 진 욱


   한동안 정치 지도자, 고위 공직자들의 군 복무경력과 관련된
기사들이 신문에 실리고 그들 중에 의외로 병역면제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개탄하고 우려한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치 후보들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한다. 누가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알려줄 것인가. 우선 후보자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알려주어야 하고 또 선거관련기관들이 알려주어야 하고 공정선거를
감시하는 사회단체들이 알려 주어야 하고 언론이 알려 주어야 한다.


   월간 군사세계도 그런 취지에서 그동안 몇회에 걸쳐 대권주자들에
대한 소위 ‘안보경영 능력’을 점검해 보고 있다. 그의 안보관이 어떤지, 그가 미래에
발생될 안보문제에 대하여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그가 제시하고 있는 안보공약들이
실천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어떤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대통령은 군의 최고통수권자이고
국가안보에 대한 최고의 책임자다. 우리는 이런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될 사람을
국민들이 가볍게 선택하지 않도록 진지하고도 냉정한 태도로 그들에 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는 지난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이인제 경기도 지사를 만났다.


   ▶김진욱: 안녕하십니까. 道政도 살피랴 대선준비도 하시랴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사님은 군 복무를 어디서 하셨는지요.


   ●이인제: 30사단에서 했어요. 육군 병장 만기제대를 했지요.
군번도 생각나요. 12634569였어요.


   ▶김진욱: 그렇군요. 지난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셨는데 과연
경선이나 대선에 대해서 확신을 하고 출마선언을 하신 건지요.


   ●이인제: 예,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태풍의
어떤 징조도 발견할 수 없지만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태풍이 불어오는 것 아닙니까.
태풍의 근원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태풍은 어김없이 불어옵니다. 나에게는 정치 경험이
있고 정치감각이 있습니다. 누구도 단지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앞날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대교체가 유일한 명분입니다. 국민들은 정말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를 하지 않고 우리가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김진욱: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사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인제: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을 완결하는 역할을
다했다고 봅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민주화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리더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다 과학적이고 보다 역동적인 미래지향적 리더쉽 이 바로 우리 시대의
요청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그것까지 못했다고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됩니다.


   ▶김진욱: 요소요소에 뿌리박혀 있는 이 해묵은 부패구조를
과연 개선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인제: 모든 정치 system이 병들어 있습니다.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자금 등 모든 제도가 낡은 제도가 되어 있습니다. 집이 세면 옷이 젖게
마련입니다. 나는 그 안에서 비를 맞으며 일을 해왔지만 끊임없이 비판해 왔습니다.
나는 분명한 정치개혁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돈 안드는 정치만 하면 모든
것이 되는 줄 아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먼저 세대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60-70대가
버티고 있는 이상 정치개혁은 결코 안됩니다.


   ▶김진욱: 정치인이 아무리 어떤 획기적인 비젼을 제시한들
국민들이 그 비젼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이인제: 국민들이 도처에 무기력한 것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변화, 다원화되어 있는데 일률적인 가치 척도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각 분야별로 자율성을 배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에
저항력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존중해 주면서 이끌어 가는 그런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흑백논리로
사회를 통제하다보니 안 되는 것입니다. 산업화 사회에 농경사회의 가부장적인 구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앉아서 정치의 다변화를 누르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세대교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축이 이동되어야 합니다. 이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해 가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3김 시대를 극복해내지
않으면 나라가 불안해질 것입니다.


   ▶김진욱: 지사님이 대통령이 되시면 국가안보를 총책임지는
군의 최고통수권자가 되시는 건데 최근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인제: 현정부에 들어와서의 국가안보는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었는데 한국, 미국 및 관련국들의 협력적 부담을 통한 유화정책의
결과로 현재 일단 해결된 상태입니다. 북한이 핵개발 동결이라는 약속을 번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미간의 외교에 상당한 마찰이 있었으며,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외교안보관계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기 행정부는 많은 외교안보의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조기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저 개인은 북한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우
극한상황에 몰린 북한은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으며, 이에 한국군은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지속적 전력발전, 군사대비태세 강화, 그리고 제반 군 관련사항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전개되기 이전에, 한국정부는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것은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려는 의도를 제거하는 외교역량의 발휘와 북한
폭발의 뇌관제거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차기 행정부는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지
않고 동시에 한국과의 교류를 추진하도록 통일의 환경을 마련하는 외교적 숙련성을
보여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미국과의 다소 격앙된 외교관계를 다시 안정된
상태로 복귀시켜야 하며, 러시아가 한국측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세련된 외교기술을
발휘해야 합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최근 그들이 황장엽 망명사건에서 협조적
태도를 보였으나 앞으로 그러한 자세가 더욱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태도를 견지하여 통일한국에 일본이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진욱: 평소 군이나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관해서 지사님께서
생각해 왔던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인제: 저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어느 국가도 확고한
안보와 국방이 없이는 체제를 유지, 발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나 사회의
번영은 국방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만 가능합니다. 과거 서양 외교사가 이러한 견해의
타당성을 입증합니다. 예컨대 17세기 네덜란드는 해군력의 부족으로 인해 해외 상권을
모두 영국에게 이양하고 그 이후 국내경제가 쇠퇴하였습니다. 반면 영국의 부상은
해군력에 기초하여 시작되었으며, 산업혁명 역시 확고한 국방으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18세기의 러시아, 프러시아, 오스트리아의 전쟁 역시 모두
군사력에 기초한 것이며,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역시 산업혁명 이후 증강된 군사력의
결과였습니다.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대결로 군비경쟁이 가장 현저한 양상이었으며,
걸프전의 쿠웨이트 역시 군사력 부족으로 인하여 이라크의 공격대상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현재 신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군사력 역시 세계 최강입니다. 군사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역사속의 그 어느 국가도 군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번영할 수 없었으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서양뿐 아니라 동양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역시 부국강병을 추구해야 합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그에 걸맞는 군사력을 증강하여 점차 세계의 정상으로 달려가는 그러한 위대한 한국을
창출해야 합니다.


   ▶김진욱: 정치가 안보를 악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인제: 안보는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확고한 안보가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안보는 아직 북한과의 대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안보 및 국방과 정권의 이익은 당연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안보는
안보의 논리에 따라 전개되어야 하며, 그 기준은 한국의 국익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국익을 구성하는 요소는 한국의 외교관계, 군사력 균형, 그리고 경제발전의 필요성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많은 요소를 집약적으로 말할 때, 우리는 세력균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는 어느 정권이 집권하고를 막론하고 한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에 근거하고, 주변국과의 세력균형을 감안한 장기적
차원의 안보정책과 단기적 차원의 안보전략을 배합하는 현명한 형태를 띠어야 합니다.


   ▶김진욱: 우리의 적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1차적, 2차적,
혹은 현재적 잠재적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인제: 현재의 우리의 적은 당연히 북한입니다. 우리는
현재 통일이라는 지상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붕괴 직전의 상태에서도
굴복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시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목표입니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한국 역시 잠재적 적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은 강대국들입니다.
러시아의 군사력은 핵이 장착된 수천개의 미사일로 무장되어 있으며, 중국의 군사잠재력
역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가공할만한 수준입니다. 일본의 군사잠재력은 현재 전세계
3위권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적
바탕과 기술수준이 일본 군사력의 미래를 입증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안보정책은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와 군사력 균형을 감안하여 추진되어야
합니다. 일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통일한국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으로부터의 간섭에 대해 국내에 상당한 비판이 있기는
하나, 군사동맹의 목적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이 주변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국방력을 갖출 때까지는
동일한 체제를 유지하고 상호이익을 존중하는 미국과의 동맹이 필수적입니다.


   ▶김진욱: 주변 강대국들이 한국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인제: 유럽연합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있고 안보상
갈등의 소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은 한국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한미 군사동맹이 일차적으로 떠오릅니다. 한미 군사동맹은 북한억지(deterrence)에
필수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은 아직 북한이 병력과 무기의 숫자에서
2배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으며 장병들의 복무기간도 한국군보다 훨씬 장기적입니다.
또 북한은 아직도 공산주의의 전쟁불가피론을 신봉하고 있으며, 4대 군사노선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습니다. 군사전략도 기습공격, 속전속결, 전후방 동시전장화 등 공세적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 장성을 대대적으로 진급을 시키며 전쟁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을 억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주한
미국입니다. 그러나 한미 군사동맹은 북한이 소멸해 가는 과정에서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있습니다. 주한 미군은 지역위협 규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대북 억지는 한국군의 몫이 될 것입니다. 통일 이후의 한국군과 동아시아 주준 미군간의
관계변화는 더 커질 것입니다. 작전통제권이나 양국의 협력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추후에 논의될 것이며, 양국이 호혜의 원칙하에 역할분담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한미 양국간에 발생하는 수많은 현안들은 한국의 안보와 국익이라는 기준에 맞추어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합니다. 형사재판권을 포함하는
주한미군 지휘협정(SOFA)등의 개정은 현재 협상중에 있으며,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러시아가 한국안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대합니다. 러시아 국방장관은 수일전 한반도
분쟁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정상화를 성사시킨 이후 한국에 상당히 협조적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2년간 한국에 대해 섭섭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인
프카첸코는 한러관계 정상화의 대가가 너무 작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러경제협력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4자회담에 러시아를
포함시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냉대하여 북러관계가 강화되거나 러시아의
반감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한국 전쟁 당시의 중국의 역할이나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중국의 역할은 중국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쉽게
알려 줍니다. 단적으로 말해 중국이 반대하는 한 한반도의 통일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한국은 반드시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으며, 12억에 달하는 인구와 군사 및 경제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안보협력이 절실한 상태에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토대로 한중관계는 안보관계로 진화해 가야 합니다. 일본 역시 지리적으로 한국에
근접하여 한일 양국은 서로 밀접한 관계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인식해야 하는 것은 현재 일본의 세계적 위상입니다. 일본의 GNP는 미국의 3/5을
상회하고, 현재 자위대의 군사력도 영국, 프랑스 등의 강대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 잠재력은 이들 국가보다 더 강대하며, 경제적 능력과 첨단의
기술력이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또 일본은 안보협력에 있어서 사실상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일본과의 과거 역사적 관계에 치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과거의 역사에 얽매어 감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미래 한일간의 국력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실용적 관계를 구사해야 합니다.


   ▶김진욱: 남북한 통일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인제: 통일문제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
북한의 상태와 위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이며, 그것은 북한이 붕괴 일보직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경제력은 한국 GNP의 1/20 수준이며, 무역규모는 한국의 1/100에
해당합니다. 또 소위 3부족이라는 식량, 에너지, 경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북한은
사실상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65억불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며 확고한 군사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러한
정책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도 황장엽의 망명이 증명하듯
권력층 내부에서 서서히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군부내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중간
장교계층에 불만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3대 불만과 5대 불안심리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북한의 체제는 과거와 같은 일관성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주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북한의 주체사상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을 과소평가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만전의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다만 북한의 그러한 강경 대남노선이 무한정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남북한 관계에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한국은 조기통일정책을 채택해야 합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응하는 소극적 대응논리의
개발보다는 한국의 유리한 여건을 활용하는 선진적이고 적극적인 '조기통일정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으로서는 통일비용이 비싸다는 인식보다는 북한과의 대치는 통일비용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내에서는 통일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점진적 통일을 주장하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형태입니다.
통일은 민족의 지상명제이며,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의 남북대치 비용은 통일의
비용보다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즉 남북한간의 군비경쟁과 외교경쟁의 비용, 그리고
심리적 피해는 통일비용보다 적지 않습니다. 통일은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이룩해야
하며, 그 기회를 실기하면 또 다시 만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외교관계는
북한에 비해 월등히 유리하며, 한국은 이러한 외교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유엔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기타 세계 국가들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볼 때, 향후 수년간은 한반도 통일에 매우 적합한 시기입니다 통일의 경제적
여건도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한국은 대 주변국
통일외교를 구사해야 합니다. 독일 통일 당시 주변국들의 많은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활동했던 독일외교의 예를 우리가 본받아야 합니다. 주변국에 대해 통일한국이 주변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며, 비핵화하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통일한국은 동아시아와
전세계에서 책임있는 구성국이 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미국은 관련국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일본의 협력 역시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냉전시대 미소간의 관계가 고르바쵸프를 통해 전쟁의 뇌관을 제거하였듯이
한국도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개방을 위한 경제교류를 추진하고, 정치 및 군사분야에서의 협의를 위한 남북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최근에 4자회담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긍적적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정치,군사분야에서의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성사시키도록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북한은
현재 개방과 경제교류를 절대 부정하고 있으나, 붕괴 직전의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동시에 북한 주민에 대한 메시지로서 중대 범죄를 범하지
않은 모든 북한의 주민은 특권층과 인민의 구별없이 한국민과 다른 차별대우를 받지
않으며, 같은 권리의 시민으로 인정될 것을 확실히 공표해야 합니다. 한국은 자유의
국가이며, 북한 인민은 한국에서 한국민과 동등한 법적,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누릴
수 있으며, 경제능력이 없는 주민은 직업교육을 토대로 자생능력을 제공받을 것임을
공표해야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남북한 통일에 대비한 여러가지 차원의 대책, 즉
탈북자 대책, 경제통합의 문제점 연구, 사회 재교육문제, 통일한국의 외교와 국방문제를
포함하는 모든 분야에서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속화된 통일정책을 토대로 조기통일을
달성해야 합니다. 김정일 지배집단과는 별도로 박해받는 북한 주민과 한국의 이산가족의
염원을 우리는 확실히 인식하고, 적극적 조기통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김진욱: 그동안 문제되어 왔던 율곡사업 등의 군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인제: 율곡사업은 1974년 이후로 지난 20여년간 약 30조원의
국방비를 투자하여 북한과 대등한 수준의 방어능력을 확보했으며 아울러 방위산업의
발전, 기술축적 등 당연히 긍정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율곡사업 비리는 우리 군수산업의
정책결정 메카니즘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또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던데 기인합니다. 무기도입 등 군전력강화 정책이 고도의 보안사항이라는 점 때문에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하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군비리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도의 보안사항일수록 군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서 오히려 전문가의 자문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또 사후에 반드시 검증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최근 국방부에서 1조원이 넘는 사업에 대해서
정부 유관부서와의 합동위원회를 편성하고 사업계획을 심의 결정한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리에 추진하도록 한 점이나, 기밀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내역을 세부내용까지
편성하여 재경원과 국회심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비리의 소지를 없앤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김진욱: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인제: 군인이라는 직업은 국방이라는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으로 모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직업입니다. 이러한
군인의 복지가 소홀히 된다면 그것은 국민들이 자기들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재인식하고 군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교는 물론이고 하사관들의 처우도 당연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들은 일반 직장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또 그 업무들이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또 수시로 근무지 변경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군인들에 대한 처우는 아무리 좋아져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역으로 근무하는 군인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보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욱: 국가 안보경영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좀 말씀해 주십시오.


   ●이인제: 한국군의 국방정책은 몇가지 세부사항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방정책기획, 군비통제, 전력발전, 무기체계, 군 인사정책,
국방비 등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국방정책기획에 관해서는 한미 군사관계가
역시 일차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주변국과의 군사협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가능한 사항이지만, 러시아나 중국과의 군사협력은 다소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군비통제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남북한간에 추진되는 것인데 북한이 주장하는 군비통제
방안이 비현실적인 것이라 남북한간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한 군비통제 방안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일단 군비축소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겉으로 듣기에는 마치 평화적인 것같이 보입니다. 왜냐하면
군비축소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논리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계략인 군축우선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군축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도 비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체제 창설 이후 계속되어 온 것으로 북한 대남정책의 핵심이 주한미군
철수라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입니다. 한국이 신뢰구축 우선을 내세워
북한의 이러한 계책을 저지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이며, 유럽 군비통제의 역사 역시
신뢰구축 우선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전력발전의 경우, 한국은 아직도 꾸준하고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력은 아직도 북한에 비해
다소 취약한 부분이 존재하며, 비록 한국 무기체계가 북한 것보다 신형일지라도 북한
장비의 숫적 우위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더 나아가 통일한국이 처하게될 안보환경을
생각해 볼 때, 장기적 차원의 전력증강은 한국민의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것이 무기체계 문제로, 제가 알기로는
육·해·공군의 균형발전인가 아니면 육군우선의 발전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군내부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군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으로서는
현재 남북한간의 군사력 균형이 의사결정의 주요 기준이지만, 통일한국의 소요를
감안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 전력발전은 당장의
필요를 당연히 충족시켜야 하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군 인사정책도
어느 특정 파벌이 주도하는 군보다는 객관성에 기초하여 신뢰할 수 있는 군내부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군인사는 공명정대하고 군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방비 문제는 모든 군관계 정책시행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능력과 의도를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135억불 수준인데 이것은 북한의
65억불의 2배 정도에 이릅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의 국방비 총 누계를 살펴볼 때
아직도 북한이 한국보다 약간 앞서거나 비슷한 정도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대북한
억지를 위해 아직도 상당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한국의
국방비 소요입니다. 통일한국을 둘러싼 4강의 국방비를 참고로 할 때, 미국은 2500억불
수준이며, 러시아의 국방비는 다소 산출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러시아 전력수준을
생각해 볼 때 통일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0억불로 알려진 중국의 국방비 역시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실제의 액수가 큰
차이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일한국은 이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일본의 국방비는
곧 500억불 수준이 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강건한 경제가
뒷받침되어야만 국방비 지출도 원하는 만큼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변국과의
바람직한 군사력 균형을 위해 경제발전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김진욱: 장시간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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