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 部分購買의 當爲性


박경석 - 한국군사학회, 군사평론가 혐회 명예회장


   최근 미국 방위산업 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Defence news)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은 러시아의 첨단 전투기인 수호이 구매를 검토중이나 미국정부는
한미 양국간 무기체계의 호환성 유지를 이유로 중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디펜스 뉴스는 한국이 총 9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1백 20대의 차세대 전투기 구매계획과 관련 4내지 6대의 수호이 27 전투기 구매를
고려중이며 수호이 35 및 37기에 대한 평가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미국은 한미간 무기체계의 호환성 유지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커트 캠벨 국방성 부차관보를 한국에 보내 수호이 전투기 구매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기 보도에 이어서 방한한 월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한국의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구입계획 재고를 요청할 것이라고 미 국방성이 밝혔다.


   국방성의 한 관리는 코언 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에 대한 배경설명에서
“지대공 미사일처럼 핵심적인 무기의 경우 한미 상호작전 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무기의 세일즈를 위하여 슈빌리 미 합참의장에
이어 코언 국방장관도 한국을 방문케 했다.


   “러시아무기는 안된다. 미국무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워싱턴
당국은 야단들이다. 심지어 코언 국방장관은 “한국이 러시아 미사일 구입시에는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협박 비슷한 경고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서 사주도록 바라고 있는 지대공 미사일이란
바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고 구매 저지 대상 러시아제 미사일은 S-300과 SA-12이다.


   미국이 이와같이 한국에 자기나라 무기를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세일즈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한국군은 미국의 군사 지원에 의해 창군되었고
한국군의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군제(軍制-Military System) 또한 미국형이다. 덧붙인다면
현 한국방어체제는 한미연합으로 꽁꽁 묶여 있다.


   현재의 한국군 장비는 거의가 미제이거나 미제를 본떠 만든
것들이다. 특히 무기체계의 일원화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군대상식 ABC에 속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러시아무기 부분구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더 절박한 한국적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팔면서 번번이 바가지를 씌어왔다.


   값이 효용성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데다 구매 계약을 맺은 후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값을 터무니 없이 올린다. 바로 미제 무기의 값은 천정부지(天井不知)이다.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곱절은 약과이고 세곱 네곱까지 값을 올린다. 물론
구실은 있다. 새 기술로 개량했다는 이유를 붙인다.


   둘째, 미국은 전성기가 지난 무기를 팔아 재고정리를 하려는
얄팍한 상술이 깔려 있다.


   미국이 한국에 판매한 대잠수함초계기 P-3C는 사실상 미국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구식 기종이었다.


   로키드사는 1988년 이미 P-3C 생산라인을 폐쇄시켜버렸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정부에 압력을 넣었고 한국은 최신기종인 프랑스의 ATL 대신
P-3C를 구매했다. 이때 구입한 8대의 P-3C는 사흘동안이나 우리의 영해에서 어슬렁거렸던
북한 잠수함을 발견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공연히 바다위를 왔다갔다 비행하면서 기름만 축낸 꼴이다.
지금 미국이 우리에게 팔아먹으려고 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이제 값에 비해 효용성이
적은 구식 장비에 속한다는 군사전문가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노태우정권 당시 정부와 군은 패트리어트 도입문제를
검토하였지만 휴전선이 너무 서울 가까이 있고 이 시스템이 산악지대인 한반도 지형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구매 불가’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또 패트리어트는 한 시스템 당 1억 5천만 달러인 반면 이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러시아제 미사일은 반값도 안된다.


   특히 러시아가 우리나라에게 갚아야 할 외채 12억 달러가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러시아로부터 꾸어준 돈을 받지 못할 바에야 그 값에
상응하는 우리의 잇속을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러시아로부터 현금상환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말이다.


   셋째, 이런저런 이유보다 러시아무기의 부분구매의 당위성은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 인민군이 러시아 무기체계로 무장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북한이 보유한 전차보다 동종의 한단계 위
성능을 가진 전차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북한 인민군의 예상되는 전차공격에 대해
그 대응전력 구축에 지배적인 잇점을 확보한 쾌거이다.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와의 우호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다면 러시아제 최신 전차 구입은 어림없는 일이다. 또 동서 냉전이 종식되지
않았다면 북한이 보유한 무기의 하급제품 구매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점 우리에게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정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제반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무기체계를 미국식
장비에 두되 국익의 측면에서 또한 북한 인민군과의 대응전력 구축면에서 지극히
필요한 전술항공기, 전차, 미사일 등에 있어서는 북한이 보유한 동종의 장비보다
한단계 또는 두단계 위의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


   또 러시아무기 부분구매를 통해 미국 무기상의 농간을 막도록
하고 미국 무기의 값내리기에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정부나 군 당국은 이런 점에
유의하여 국익과 대응전력 확보에 손상되지 않도록 독립국의 자존을 지켜나가주기
바란다.


   지난 3월 29일자 일본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미 태평양
군사령관인 프뤼어 제독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재통일보다는
화해가 적절하다”고 전제하면서 화해의 구체적 내용으로 양측이 독립국가 형태로
긴장을 완화 국경지대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프뤼어 제독의 견해를 보도하였다.


   이 사실은 미국이 남북한의 통일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중요한 자료일 수 있다. 프뤼어 제독의 발언 파장을 의식한 듯 지난 4월
9일 내한한 코언 미 국방장관은 “북한은 붕괴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은 눈앞에 다가왔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의 발언은 객기어린 뉘앙스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을 필요 이상의 우방국으로 대접해서는
안된다. 바로 미국으로 말미암아 분단국가가 된 역사적 비극을 상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