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용산기지 옮겨야 한다


박경석


   미국은 우방국이요 대국답게 기지이전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구실삼아 군림하려는 자세를 이제 버려야 한다.
전시 작전권도 없는 딱한 대한민국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한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물론 정치인들도 합심해서 이 이전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메어있는 여·야 정당들도 눈을 떠 정신을
차리고 독립국의 자존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용산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다. 또한 미군 사령부는 용산에서도
가장 도심쪽에 가까운 황금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도시에서 다운타운(Down
town)이라면 도시의 핵심을 이루는 중심부를 의미하는데 그곳은 그 도시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용산 미군 기지는 말하자면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다운타운’과 같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강 남쪽이 거대 도시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동작대교를 막대한 자금으로 준공 개통시켰어도 도심으로 관통할 수 없게 미군 기지에
의하여 도로가 차단되어 있다. 미군 기지가 도시 교통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 계획의 집행을 중단케 하는 수도 기능의 무법지대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일본에서 이런 경우가 용납될 수 있을까. 아니 필리핀이나
태국, 대만에서는 가능할까. 그 해답은 분명하다. 용납될 수도 가능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용산 공화국이라고 불리우는 이 치외법권지대인 ‘US 캄파운드’는
크게 세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핵심부인 ‘메인 포스트’에는 주한 미군 사령부,
주한 미8군 사령부, 한미 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와 그 주요 부속기관이 있다.
실제 기능은 하나인데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이유로 네 개의 사령부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네 개의 사령관 직위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만화왕국의
군대 같은 형국이다.


   남쪽 ‘사우스 포스트’에는 골프장을 비롯 학교, 병원, 주택
등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골프장은 훨씬 넓고 조건이 좋은 남한산성 근처의 성남 컨트리와
교환, 용산 골프장을 서울시에 내주어 생색을 냈다. 지금의 용산 가족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끝으로 ‘캠프 코이너’에는 사령부를 지원하는 보충대, 인사행정단
등 지원시설이 있다. 미군이 용산에 주둔하게 된 내력은 다음과 같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 지상군 제1진인 딘 소장을 사단장으로 하는 미 24사단 병력이 일본기지로부터
한국에 투입된데 이어 동년 7월 9일 미8군의 선발대가 대구에 주한 미8군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부터이다.


   미8군은 서울 수복 후 동숭동의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교사를
전쟁 중 사용하다가 휴전협정 직후인 1953년 8월 15일 지금의 용산으로 옮겨왔다.
용산에는 우리 육군본부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군의 작전을 통제하는데 좋은 조건이
되었었다. 또 일본군이 지은 군사시설은 시설비를 덜 들이고 미군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넓은 공간과 교통의 요지로서 미군의 사령부 기능 수행에 안성맞춤이었다.


   용산 미군기지 터는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 주둔지로부터
시작하여 명나라 군대, 청나라 군대에 이어 침략 일본군의 본격 주둔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주권과 자존이 짓밟혔던 치욕의 흔적이 살아있는 한맺힌 곳이기도 하다.
용산구 이촌동에서 삼각지 이태원을 거쳐 후암동에 이르는 미8군 기지는 무려 75만평에
달한다. 놀라운 일이다. 점령군도 아닌 우방군이 휴전된 지 반세기 가까이 지났는데도
수도 한복판 광활한 터전에서 치외법권적 위치를 누려가며 버티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노태우 정권 때 오산기지로 옮기는 것으로 대충 합의를 보았지만
미군측이 터무니없이 많은 이동경비 및 시설자금을 요구해 그 진척이 지지부진하다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군은 마치 재개발지역 주민이 이주비를 챙겨 한몫 단단히
하려는 심보이다. 미군측의 작태는 언어도단이다. 지금이라도 급히 서둘러 미군 용산기지는
오산기지에 통합해야 한다. 우리의 육군본부를 비롯하여 해군본부 및 공군본부도
서울을 떠나 계룡산 기슭 신도안에 옮기지 않았던가. 미국은 우방국이요 대국답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구실삼아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전시 작전권도 없는 딱한 대한민국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한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물론 정치인들도 합심해서 이 이전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메어있는 여·야 정당들도 눈을 떠 정신을 차리고 독립국의 자존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미군 용산기지가 독립국의 수도 한복판에 버티고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고 있는 한, 반미 감정은 가라앉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한
일이다. 언젠가는 PX물품 불법유출이나 기지내 식당에서 내국인 상대로 탈세영업을
하는 치사한 미국인으로 더 큰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하루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200억 달러의 전비를 썼고,
14만여 명의 사상자까지 내면서 자유를 수호해 주었는데 무슨 잔소리냐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국인이 누리는 특권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한국인의
반미시각에서 본다면 할 말이 더 많다. ‘태프트- 가쓰라 밀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한국점령을 부추기고 묵인했고, 38。선으로의 분단 책임 또한 미국에 있다. 미군은
한국군 증강을 외면한 채 철수해 버리고 맥아더나 애치슨이 한반도 포기선언을 함으로써
김일성 군대를 불러들였잖으냐고 항변한다.


   더우기 운동권 일각에서는 미국이 군부 쿠테타를 승인, 권위주의
정권과 유착하여 미국의 실익을 챙겼다고 열을 낸다. 일리있는 이야기이다. 한국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자유진영의 어느 국가에 비해서도 미군의 방위비 분담율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미국은 매년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한다. 한국은
아예 미국의 봉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우리 국토의 안전보장을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는 미군에게 그 주둔의 의의를 손상시키는 현안들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위해 심히 우려된다. 따라서 한미 당국은 근간에 일고 있는 반미감정이
결코 일부 계층만의 불만의 표출이 아니고 일반적인 미국과 미군에 대한 인식임을
헤아려줄 것을 당부한다. 필자는 미국에 의한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필자는 미군과의 전우관계를 한국전과 월남전 지휘관으로
참전하여 뜨겁게 맺었던 친미경향의 퇴역장성이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위해, 한국인의
자존심을 위해, 적절한 선에서의 타협을 미국과 미군 당국에 권하고 싶다. 미군이
떠난 용산 기지 터는 아마 대한민국 최고의 중앙공원으로 탈바꿈 할 것이다. 그 공원
한가운데 미국 참전을 빛낼 기념탑을 세워 한미우호의 영원한 상징으로 삼는다면
양국의 후손을 위해 얼마나 큰 보람으로 승화할 것인가.


   보다 긴 안목으로 자랑스러운 미국인다운 비전을 세워 서울
중앙공원의 희망찬 프로젝트에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