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국주의 부상하나


편 집 실


   냉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극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측해 온 바였다.


   이제 미 일로부터 서서히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미국과 일본은 작년 4월 정상회담을 갖고 금년
가을까지 미·일 방위협력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개정키로 합의하였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냉전시대인 1978년에 제정된 것으로 냉전붕괴 이후의
시대변화에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양국이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이유다. 개정대상은
평화시의 미일간의 협력관계와 일본이 침략받았을 때 미·일 대처방안 그리고 인접지역의
분쟁에 대한 협력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결국 한반도 등 인접지역의
분쟁에 대한 미·일의 공동대처 문제를 재고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는 미·일 안보조약 비중을 종전의 ‘미국의
일본방어'에서 ‘아시아 안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공동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실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측 개정안의 중간보고 내용을 보면 해상에서의
임검실시, 민간공항의 개방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민간인의 동원까지 규정했다는 점에서 전에 없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직 불확실하고 애매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해상임검의
목적은 경제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전투상태에서 적국 선박이 임검을
거부할 경우 과연 일본이 무력으로 임검을 강행할지 등이 분명하지 않다.


   또 일본의 헌법은 일본침략에 대한 자위권 행사만 허용하고
있는데 개정작업의 핵심이 인접지역의 분쟁에 맞춰져 있어 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해
위헌 지적이 나오고도 있고 역으로 일본국내에 개헌분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개정작업은 현재 일본이 ‘미국 보호속에 경제발전에 전념하겠다’던
요시다 시케루 대신, ‘세계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연구하자’는 하시모토
류타로 시대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일 방위협력을 위한 새로운 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하기 위한 이 중간보고서는 아시아 인근 국가들의 신경을 자극시키고 있고 일본
내부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요컨대 아·태지역에서
미국이 방위부담 일부를 일본에 이전함으로써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증대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거론되는 일본의 역할 증대란 이른바 주변지역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의 이익을 보장하고 미군에 대한 보급상의 지원을 담당한다는
수준으로 국한하고 있다. 탈냉전 시대 미국의 안보부담 가중과 일본의 대외경제관계
확대라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종전의 가이드라인이 부분적으로 부적합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정을 위해서는 아직 주변국가들의 이해를 얻기에 시기상조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의 국제적 군사역할의 증대는 인근 아시아 국가들에는
곧 군국주의 부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패전 이후 일본은 ‘전쟁을 포기하며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을 부인한다’고 헌법에 규정했지만 6.25를 계기로 자위대
명목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여 지금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것은 모두 헌법 규정을 무리하게 해석하여 추진한 것이다. 이제 미일 안보체제의
적용범위를 극동에서 다시 주변지역으로 확대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중국이 이에 대해 강력반발하는 것은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앞으로 아태지역의 안보체제가 미일중심으로 주도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른바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영향력은 더 현실적이다. 우리 안보체제가
미국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 자위대가 미군의 보급을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어느 국민보다 더 많이 받은 우리는 일본의 군사적 지원이라면 간접적으로라도 용납할
정서가 아니다. 그것은 일본이 우리에 대해 식민시대의 유산을 진실로 청산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가이드라인은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지역 비상사태를
한반도 유사시로 상정하고 있다.


   중간보고안은 북한이 붕괴한다든가 일본인을 소개하는데 자위대가
우리의 공항, 항만을 이용하며 활동할 수 있다는 것까지 상정하고 있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주권국가인 우리와 별도로 사전 협의를 해야겠지만 그런 협의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개입을 일방적으로 거론한다는 것은 주변국의 주권과 자존심을 가볍게 보는
것이며 주변국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일본이 아태지역에서 안보역할을
실질적으로 증대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