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에 대비하라


민병돈


   지난 2천5백년간 인체에 유해한 화학작용제가 戰場에서 여러
차례 적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본격적인 化學戰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경우는 제1차세계대전에서 독가스 사용으로 쌍방도합 1백37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것이 최대이다. 그 다음이 1980년대 이라크軍의 화학탄공격으로
이란측에서 3만5백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그중 8천4백75명이 순수 민간인이었다.
오늘날까지 강대국들 중에 실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요즈음은 여러 종류의 독가스가 개발되어 그중에는 미세한 이슬방울 정도만
인체에 닿아도 즉사하는 맹독성 가스도 있다.


   北韓의 NPT탈퇴선언 이후 온 세계가 계속해서 北의 核폭탄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의 南北관계 및 美-北간의 외교적 공방이
北核문제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北의 막강한 항공전력에, 또 한때는
北의 거대한 특수부대에, 그리고 어느 때는 北의 엄청난 기계화부대에 불안해하며
떠들썩하더니, 이제 그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모두가 北核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의 자주적 판단보다는 강대국의 논리와 정책에 덩달아 움직이는 듯하여 보기에
매우 안타깝고 불안하다.


   사실 우리에게는 현실적으로 北의 화학무기가 핵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 최근의 귀순용사 폭로가 아니더라도, 北이 核과 함께 化學 및 生物學무기를
개발하여 실전용으로 비축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다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만이 이 엄청난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이 점을 심각하게
지적하는 이유는, 화학무기야말로 北의 金日成 父子체제가 핵무기보다 오히려 더
매력을 느낄 만큼 대단한 이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화학무기는 核을
포함하여 다른 어떤 무기보다도 훨씬 값싸게 생산할 수 있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장거리포와
유도탄-항공기 등 각종 투발수단을 이용하여 살포할 수 있어 ‘가난한 자들의 핵무기’라
일컬어질 정도이다. 이 점을 저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둘째로, 화학무기는 살상효과가 즉시 나타나고(생물학무기에
비하여) 그 위력 또한 핵무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것을 사용하면, 전-후방
軍人과 민간인들이 심리적 공황(Psychological Panic)을 일으켜 전의를 잃고 통제불능의
혼란과 마비상태에 빠져 조기에 싸움을 끝낼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곳에 독가스가
살포되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1천만 서울시민의 심리적 공황을
어떻게 가라앉히고 통제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전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게
느껴지며, 軍人들이 주간전투보다 야간전투를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가스야말로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적이다.


   셋째로, 核무기를 사용하면, 그 유효반경내는 초토화되고 잔류방사능이
오래 남아 있어 오랫동안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는 회복이 불가능한데 비해,
化學무기를 사용하면, 동물만 죽고 지상의 모든 시설물과 사회간접자본은 고스란히
살아남아 활용가능하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저들은 이 점에도 유념하고 있을 것이다.


   넷째로, 지난날 화학무기를 사용한 측이 비인도적이라는 국제적
비난은 받았지만, 국제적 응징을 받은 일은 한번도 없었다. 바로 이 점이 北의 金父子가
필요할 때, 국제적 응징가능성이 높은 核보다는 화학무기의 사용을 쉽게 결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인식하고 北의 化學武器에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지난 1991년초 페르시아灣전쟁에서 그 전에 이미 상습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던 이라크軍이 美軍을 위시한 다국적 軍에게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다국적軍의 엄청난 응징-보복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北의 NPT탈퇴선언 후의 협상태도로 미루어볼 때, 1995년쯤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北이 스스로 그들의 화학무기들을 폐기할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적의 기도를 판단하지 말고 능력을 판단하라’는 정보잠언이
있다. 北이 애써서 화학전능력을 구비했으니 그것을 사용할 기도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국제 공조체제를 잘 활용하여 北核문제와 함께 화학무기문제도
병행하여 협상하도록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난 半세기동안 北의 여러
도발에 시달려오면서 한 가지 터득한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金父子의 韓半島 적화통일
환상에는 우리의 강한 힘만이 특효약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들의 전쟁도발에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우리의
엄청난 응징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곧 그들체제의 처참한 최후가 될 것임을 그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만이 진정한 對北 戰爭억제력이 될 것이며, 또한 그들을 협상의
場으로 불러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일을 준비하고 해내는 힘이 정치력이며
지도력인 것이다. 쫼


   (이 글은 조선일보에 실렸던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본지에
다시 게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