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투행위를 할 수 있는가


김병렬


    적법한 무력의 사용 혹은 위법한 무력의 사용 여부에
대한 유권적 판정주체가 국제 사회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가린다는 핑계로 적법한
무력을 사용하는 측에게까지 적용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설사 적법한 무력의 사용에
대한 판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쪽에게 이러한 법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전쟁의 참화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와서 적에게 대항을 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주간민간인, 야간군인은 가능한가?


    현대무기의 발달과 전술 전략의 변화로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인도적인
대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무력충돌법에서는 합법적인 교전자와 비교전자를 구분하고
있다.


    교전자


    무력을 사용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자를
교전자(交戰者)라고 하는데 이러한 교전자의 범위를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은 1899년과
1907년의 헤이그 육전규칙이다. 운전면허증을 갖지 않은 자가 운전을 하면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되듯이 교전자의 자격을 갖지 못하는 자가 전투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당연히
전쟁범죄자로서 처벌을 받게 되는가 하면 포로의 대우를 비롯하여 당연히 누려야
할 인도법(人道法)상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오늘날 교전자의 범위는 제2차세계대전의
경험과 전후의 새로운 국제질서 등을 감안하여 헤이그 육전규칙을 제정할 당시보다
많이 확대되고 있다.


    정규군


    정규군(regular armed forces)은 정규의 현역군인 및
정규군인의 지휘하에 있는 군함과 군용항공기를 말한다. 물론 정규군에 속하는 자는
당연히 교전자의 자격을 가진다. 헤이그 육전규칙에 의하면 정규군을 전투원과 비전투원으로
구분하고 있다.(3조) 전자는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병력이고, 후자는 법무, 경리,
군의, 군종 등 직접적으로 가해행위에는 참여하지 않는 병력을 의미한다. 현재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투병과와 비전투병과에 해당하는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전투원이라고 하여 교전자의 자격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교전자의
자격을 가지며, 포로가 되었을 시 포로로서의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군의, 군종은
조금 특이한데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고자 한다) 오늘날은 신문 등을 포함한 대중매체의
발달로 정규군에 속하는 자를 전투원이라고 하고, 민간인을 비전투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법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비전투원이 다소 혼동되는
부분이 있다. 즉 어느 경우에는 비전투병과를 비전투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느
경우에는 민간인을 비전투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전투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각의 경우에 따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규군중 비전투원 즉 비전투병과라고
할 지라도 교전자의 자격을 가지며, 전투병과 비전투병과를 막론하고 제복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교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군 의무요원 및 종교요원은
비록 정규군에 속하고 군의 제복을 착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교전자로 인정하지
않고 특별히 보호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추가의정서 43조 2항: 상세한 내용은 후술하겠다)
군함과 군용항공기도 군용임을 표시하는 외부표지가 없으면 교전자격을 가질 수 없다.
단, 군함과 군용항공기는 외부표지가 부착되어 있는 것만으로 족하고, 그 안의 승무원
개개인은 정규군의 제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비정규군


    헤이그 육전규칙 및 제네바협약에 의하면 정규군이 아니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 교전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민병대


    민병대(militia)는 전쟁시에 정부가 민간주민을 소집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이러한 민병대가 교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부하를 위하여
책임을 지는 지휘자가 있을 것, ②제복을 입거나 멀리서부터 식별할 수 있는 고착된
식별휘장을 부착할 것, ③무기를 보이게 휴대할 것, ④전쟁의 법규 및 관례를 준수할
것 등이다.(육전규칙 1조; 제네바 1,2협약 13조; 3협약 4조 A 2호)


    의용대


    의용대(volunteer corps)는 전쟁시에 민간주민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무장한 단체이다. 이때 조직한 단체가 정부에 의하여 허가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제반 여건에 의하여 허가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용대가 교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병대와 동일한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군민병


    군민병(levee en masee)은 미점령지역에서 민병대 또는
의용대를 조직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급박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무기를 들고
적군의 침입에 대항하는 민간주민의 집단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사태가 급박하므로
교전자로서의 요건이 완화된다. 군민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무기를 보이게 휴대할
것, ②전쟁의 법규 및 관례를 준수할 것 등 두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게릴라는 교전자인가


    게릴라는 본래 적의 후방에서 비밀리에 전투를 전개하는
특성상 헤이그 육전규칙 등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구비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제2차세계대전에서는
체포된 게릴라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대부분 즉결처분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에서의
레지스탕스 활동이 연합군이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1949년의 제네바 제4협약이
게릴라 또는 기타의 적성활동에 종사한 자 및 그 피의자에게 인도적인 대우와 정식재판상의
보호를 부여하도록 규정하였다.(제5조) 그리고 1977년의 제1추가의정서에서 ①각
충돌 기간 중 및, ②공격개시전의 작전전개에 가담하는 동안의 적에게 노출되는 기간중
무기를 보이게 휴대하는 경우에 한해서 교전자의 자격을 부여하기로 하였다.(제44조
3항) 즉 게릴라는 교전기간중 혹은 교전을 위하여 작전전개를 하는 중에 자신과 민간주민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력충돌법을 준수하면 교전자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은 월남전에서 민족해방전선부대원(베트콩)에게 교전자의 자격을 부여하여
포로로서 대우하였다.


    편의대는 교전자인가


    편의대란 정규군이 민간인 또는 적군의 군복을 입고
전투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편의대는 교전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적군에 체포된 경우 포로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같은 의미에서 민간인
또는 적군의 군복을 입고 적의 후방에서 첩보를 수집하는 행위를 간첩행위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 포로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재판에 의해 처형될 수 있다. 그러나
수색대원이 제복을 착용하고 수색활동을 하다가 체포가 된 경우에는 합법적인 전투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포로로서의 대우를 받게 된다.


    용병은 어떠한가


    용병은 ①무력충돌에서 싸우기 위하여 국내 또는 국외에서
특별히 모집된 자, ②실제로 적대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자, ③본질적으로 사적인
이득을 얻기 위하여 적대행위에 참가하고 또한 충돌당사국에 의하여, 당사국 군대의
유사한 계급과 유사한 임무를 갖는 전투원에게 지급되는 것에 비하여 실질적으로
초과하는 물질적 보수를 약속받은 자, ④충돌당사국의 국민이 아니거나 또는 충돌당사국이
지배하는 지역의 주민이 아닌 자, ⑤충돌당사국의 군대 구성원이 아닌 자, ⑥충돌당사국이
아닌 국가의 군대구성원으로서 공식적으로 파견되지 아닌한 자를 말한다.(제1추가의정서
47조 2항) 이러한 용병은 교전자로서의 자격을 갖지 못하며, 따라서 포로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단, 고액의 보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외국으로부터 초빙된 군사고문은
용병이 아니다. 왜냐하면 군사고문은 직접 전투행위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47조
2항 2호) 물론 직접적으로 전투행위에 참가하면 그 이름이 군사고문(military advisor)이라고
하더라도 용병이다. 또한 외국인이 고용된 경우라도 충돌당사국의 군대구성원으로
완전히 편입되어 동일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는 용병에 해당하지 않는다.(47조 2항
5호)


    해상 및 공중의 비정규군


    충돌당사국의 국적을 갖는 일반상선, 비군용 항공기
및 그 승무원은 교전자의 자격을 갖지 않는다. 단, 이들이 적군으로부터의 공격 또는
포획을 면하기 위하여대항하는 경우에 한하여 잠정적으로 교전자(비정규군)으로 인정된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 전쟁의 법규와 관례를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적군의
공격 또는 포획행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적군을 공격하는 것은 금지되며,
이러한 경우에는 전쟁범죄를 구성한다.


다음호에서는 전투수단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