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유공자의 위상추락


허만선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 위에 이룩되었다고
하면서 유공자를 예우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에겐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독립선열, 전몰군경, 그 유가족들도 국가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으나 그 대부분이 육신의 고통과 가난 때문에 풍요로운 이 시대에도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4.19 상이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같은 의미의 희생이 아닌데도
삼풍이나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사고는 말할 것도 없고, 산재나 교통사고자들이
받는 보상금의 이자 정도나 받는 연금 혜택이 그렇고, 올해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고
머잖아 국가유공자로 될 것이라는 5.18 희생자들과의 형평도 안 맞다.


   수억씩 받은 그들의 몇분의 일인 이자만도 안되는데, 또 그들은
연금을 받을 게 아닌가? 5.18에 이어 산청, 거창, 함양의 양민학살 사건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고, 나아가 여순 반란사건, 5.4 제주폭동 사건 등 역사의 어두운 희생자들
모두가 구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육공 때인 90~95년 사이 외출, 외박시의 교통사고나 부대내의
구타로 인한 부상자까지(3,000여 명이나) 국가유공자로 둔갑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으며,
심지어 돈을 쓰고 부정한 방법으로 상이용사로 지정되었다는 최근의 보도도 있지
않았는가!


   평화시엔 대공작전이나 훈련중 사상이 아니라면, 순직이나
공상처리가 원칙일 것이다. 처음부터 생사를 초월하여 총탄속에 뛰어들어 국토와
민족, 자유를 수호한 이들은 가난과 고통속에 무시당하며 치욕속에 살아왔고, 5공에서
지금껏 기본연금 15만원에서 25만원, 45만원을 받고 있으나, 삼풍사고에서 5.18까지의
희생자들은 최소 수천에서 수억원 외에 각종 성금까지 받아서(친일 부역자들이 독립지사보다
호화롭게 살아왔 듯) 유공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케도의 경수로 지원, 식량지원에 우리의 인도적 행위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남북의 대치상태 속에서 보훈의 형식적 구호만 요란한
유월을 보내며,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국가유공자의 위상 확립에 심혈을
기울여,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이나 말의 성찬이 아닌, 숭고한 희생에 걸맞는 예우를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5.18이 유공자로 지정되면 6.10부마사태, 한총련 등 각종
불온시위 희생자와 앞에서 언급한 각종 역사의 희생자 역시 형평을 논할 것인데,
당국은 유공자 선정에 정치논리가 아닌 국가민족에 대한 기여도를 따지고 비리발생의
소지가 없도록 철저를 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