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때 아버지와 헤어져 북한에 남겨진 자녀들이 남한에 있는 계모를 상대로
유산 상속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벌이게 됐다.

탈북자들이 재혼을 하기 위해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자녀들이 남한의 가족을 상대로
상속권을 제기하는 소송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하는 윤모 씨와 동생 3명이
남한에 있는 계모 권모 씨와 권씨의 자녀 4명을 상대로
상속받은 토지의 일부 지분 등을 요구하는 상속권 소송을 제기했다.

휴전선을 넘나드는 상속권 소송의 배경은 6ㆍ25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에서 2남 4녀를 두고 살던 고(故) 윤모 씨는 전쟁이 발발하자
장녀만 데리고 남한으로 넘어왔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길이 요원해지자 윤 씨는 1953년 미군정법령에 의해
자신이 임시로 거주하던 주소를 본적으로 삼아 가호적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호적에 가족을 1명도 넣지 않았다가
4년후 북한에 있는 아내와 남한으로 데려온 딸만 추가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넉넉한 생활을 누렸던 윤 씨는
1959년 북한에 있는 아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952년 사망한 것으로 사망신고를 했고, 이후 권모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윤 씨는 권 씨와의 결혼생활에서 2남 2녀의 자녀를 두면서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했고, 같이 북한에서 내려온 장녀에게
"죽고 나면 재산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윤 씨는 1987년 사망했지만 장녀는 윤 씨의 뜻을 따르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구호활동을 벌이는 선교사들을 통해
헤어진 가족들의 소식을 물었고 지난해 2월 4명의 형제가 살아있다는 것과
그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 씨가 사망 전 7년간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권 씨는 100억대의 윤 씨 소유 부동산을 자신 앞으로 증여해 놓았고,
윤 씨 사망 후 재산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었다.

이에 선친의 유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한 북한 자녀들이
선교사를 통해 자필 소송 위임장을 보내왔고,
휴전선을 넘나드는 상속권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유산 상속을 놓고 벌이는 소송이 국경이나 이복형제 관계를 뛰어넘는
일은 드물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2007년에는 대만 출신 라면 기업가인
안도 모모후쿠 전 일본 닛신식품 회장의 자녀들이 일본과 대만의 국경을 뛰어 넘는
상속권 소송을 벌인 일도 있었다.

안도 전 회장이 두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우메이허가 유산 상속분을 놓고
회장의 세번째 일본인 부인과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