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령의 명량해전 재분석을 읽으면서...
military
2005년 04월 13일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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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노병천 대령이 명량해전에 대해서 재분석한 글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전략 전술과 관련하여 여러권의 책을 낸 노 대령의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시 전략을 아는 사람만이 명량해전의 울돌목 전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령이 아니었다면 묻혀졌을 명량해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우리가 갖게 되어 매우 기쁘다. 또한 아울러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길은 바로 울돌목 전투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몇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발췌해 본다.
사람들은 명량해전 하면 그저 13척으로 130여척을 격파한 그 놀라운 사실, 겉으로 드러난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승리가 있었던 그 국부적인 장소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을 ‘승지형(勝之形)’이라 한다. 보통사람들은 바로 이 ‘승지형’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당연하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이 치밀하고 지혜로운, 그리고 내면에 숨어있는 고차원적인 전략인 ‘제승(制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234페이지
명량해전 당일 아침에는 적의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으로 아무런 전략이 필요없었다. 닥치는 대로 화포를 쏘며 있는 힘을 다해 돌격하는 것만이 유일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은밀히 조치한 여러 가지 ‘제승(制勝)’의 태세 때문에 비록 겉으로는 무전략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기반이 되어 결국은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전략이었다. - 233페이지
제승의 전략은 직접적인 전투 이전에 이길 수 있는 태세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손자병법』 제4 군형(軍形)편에 나오는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즉 ‘먼저 이겨놓고 싸우는’ 그런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길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만들어 놓고, 이길 수밖에 없을 때 비로소 싸워서 이긴다는 것이다. - 235페이지
이순신의 불패전략은 『손자병법』 군형(軍形)편에 나오는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깨어지고 피해를 입으면서 목적을 달성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차원이 낮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조건에서, 더 이상 보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의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필승을 지향하게 되면 적과 아군이 동시에 깨어지니 이를 통해 얻는 승리는 싸워서 얻는 승리 즉 ‘전승(戰勝)’이지만,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면서 경제적으로 얻는 승리는 이른바 완전한 승리 즉 ‘전승(全勝)’이 된다. 어느 것이 차원높고 지혜로운 승리인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24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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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리는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을 다 만들어 놓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진정한 전쟁영웅은 전쟁이 어떻게 이겼는지 보통사람이 잘 모르는 가운데 이기는 자를 말한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렇게 요란하게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잠깐 이기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만들어 간다면 영원히 이기게 되는 것이다. 전쟁영웅이라고 이름이 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을 다 만들어 놓고 싸우는 과정에서도 '그냥 싸우다보니 이겼더라' 그래서 전쟁에 이긴 공로자가 과연 누군지 범인(凡人)이 모를 때 그것이 진정한 승리요, 진정한 의미의 제승전략이라고 하겠다. 노 대령은 명량해전에서 이 점을 잘 간파하고 있고 현재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