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친구 한명이 이번에 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출마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뜻을 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또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 힘든 과정을 나도 잠깐 경험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그 과정에서 치러야할 모든 일들을 묵묵히 잘 치러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친구가 치러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군요.

최근의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우리 정당체제가 선진국과 같이 잘 정착되지 못하는 아쉬움과 또 진보정당의 하나의 대안으로서 그야말로 신선하게 출발했던 민주노동당의 최근의 분당사태를 보면서 옛날에 해군의 손원일 제독이 점호때마다 외치라고 했다던 “徒黨을 폐지하라” 라는 생각이 새삼 떠오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야말로 오랜 惡習이라고 할 수 있는 파당(派黨)을 짓는 일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혼자서 어떤 일을 기도(企圖)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함께 뜻을 하는 사람들과 일을 기도하게 됩니다. 나라를 위한 일을 하건, 백성을 위한 일을 하건, 인류평화를 위한 일을 하건, 아니면 사람들을 위협해서 돈을 뜯는 일을 하건 은행을 터는 일과 같은 나쁜 일을 하건 사람들은 조직을 만들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용어야 어떻게 되었든 그것이 정당이건 파당이건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며 그 조직 자체가 혹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徒黨을 만드는 일 그 자체가 옳고 그른 것은 아닙니다. 조직이나 黨이라고 하는 것은 善惡의 性情을 동시에 갖고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아졌으니 당연히 선한 것이고 또는 인위적인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악한 것이라고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잘 알 듯이 칼이라는 수단이나 혹은 핵이라는 수단이나 아주 유용한 도구로서 좋은 취지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또 아주 나쁜 취지로 사용될 경우 차라리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엄청난 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진 어떤 정치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칼이나 핵처럼 옳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아주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그런 경험을 많이 하였고 최근에도 파퓰리즘이라는 형태로 여러 나라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통일부 장관 청문회를 할 때 그야말로 오랜 정치원로라고 할 수 있는 김원기 의원이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을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는데 대하여 개탄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도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을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이라는 말보다 파당이라는 말을 더 쓰고 싶습니다. 파당이 개인의 목적이나 파당의 목적을 위하여 악용되고 있을 때 우리의 정당사와 같은 그런 시행착오가 또 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정치평론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야 우리 정치가 3김시대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다수결원칙이라고 다수결만 되면 모든 요건이 구비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함께 동의하는 것이라고 해서 마땅히 선한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역사적으로 지혜나 선은 언제나 다수의 무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무리속에 있었습니다. 파당을 짓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모아 일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인류를 위하여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자신의 정치적 명예나 파당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주는 경우도 자주 보아 왔습니다.

한 사람의 손이나 입이나 혹은 그의 마음은 이웃에게 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도구나 파당과 같은 것, 또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서 하는 일은 잘못 하면 국가전체나 인류 전체에게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파당을 짓거나 파당에 들어가서 일을 시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끔 파당의 또 다른 속성인 악을 짖지 않기 위하여 독야청청하는 사람들을 보아 왔습니다. 독야청청하면서 인류에게 지혜를 주고 또 백성들을 위하여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금도 가끔 보고 있습니다. 당을 짓는 사람들이나 당에 들어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당이 가지고 있는 악의 속성을 잘 헤아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