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를 맞으며..


2010년 새해를 인도에서 맞았다. 기숙사 바깥에는 풍악소리가 두시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기숙사 마당에 캠프 화이어를 피워 놓고 인도 학생들이 풍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멀리서 들으면 인도의 돌(Dhol)이나 무리당가(Mridangam)와 같은 악기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한국의 농악 장단과도 비슷하게 들린다. 아주 옛날 어린 시절 나는 멀리서 듣는 농악소리를 좋아했다. 농악소리는 맛있는 음식과 연결되었고 공부라던가 의무적인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또 동네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노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구정부터 음력 정월 보름까지 마을의 아저씨들이 동네 집집마다 돌며 부엌에도 들어가고 곳간에도 들어가 농악과 구호를 외치며 잡귀들을 몰아내고 복을 부르는 큰 잔치를 벌였다. 그래서 나는 사관학교 시절에 농악팀에 들어갔다. 북도 치고 장고도 쳤는데 내가 맡은 것은 태평소였다. 그때 나랑 같이 응원단 민예부(농악팀)에서 북채를 들고 있던 친구들, 소고를 맡아 치던 친구들이 이제 장군이 되어 전방에서 사단장들을 하고 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국땅에 와서 인도의 풍악소리를 들으며 인도 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니 그 옛날의 어린 시절과 또 생도시절 응원단 민예부에서 태평소를 불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내 옆방에 '스무띠(Smruti)'라는 오리싸주에서 온 학생이 있다. 자세히 보니 그가 불꽃을 돌면서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눈에 띈다. 스무띠는 인기가 많아 오리싸(Orissa)에서 온 학생들이 그를 잘 따르고 있다. 오리싸에서 온 학생들이 그를 따라가며 춤을 추고 있다. 씨브(Shib)도 오리싸에서 왔는데 아직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해 스무띠 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라자(Rajat)도 오리싸에서 왔는데 스무띠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라자는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Jamia Milia Islamia) 대학을 나왔는데 취직이 안되어 네루대학에 와서 스무띠 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그도 스무띠를 따라 불꽃을 돌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내가 머무르고 있는 네루대학의 기숙사는 '브라마 푸트라'라는 이름의 호스텔이다. 모든 기숙사들이 인도의 혹은 세계의 유명한 강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브라마 푸트라' 강은 중국 이름으로는 '얄룽짱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티벳에서 시작하여 인도까지 흐르는 강이다. 티벳 남쪽에서 시작하여 히말라야 산맥 북단을 수평으로 가로 지르고 중국과 인도가 서로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아루나찰프라데시'를 거쳐 인도땅 아삼 계곡을 지나 방글라데시로 흘러 들어갔다가 갠지스 강과 합류하여 벵갈만에 거대한 삼각주를 형성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흐르고 있는 강이다.


기숙사 마당에 불꽃이 높이 타올라 절정을 이루면서 풍악의 속도도 빨라지고 학생들이 모두 나가 불꽃을 돌며 춤을 추고 있다. 올해도 이렇게 새해 첫날을 인도에서 보내게 되었다.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정겨운 풍경들을 인도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을 벌이고, 고민하고, 놀고, 춤추고 하는 인도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나도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올 한해 또 인도와 한국을 드나들며 불꽃처럼 정열적으로 연구도 하고 활동도 해보자고 다짐을 한다. '김진욱의 눈'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삼가 새해인사를 드리며 새해에 뜻하신 일들이 꼭!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