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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전쟁재발, 막을 수 있을까?
김진욱  2016-12-03 13:15:07, 조회 : 6,369, 추천 : 1314



한반도의 전쟁재발, 막을 수 있을까?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 사람들 중에 한때 사회진화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자연에서 약육강식에 의하여 적자생존하고 강자가 진화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전쟁을 통하여 강한 나라가 또 그보다 더 강한 나라가 적자 생존하여 인류사회가 발전해 나간다는 이론이다. 다아윈의 진화론을 인류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에 적용한 이 논리는 18세기 유럽 사회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그 후 두 세기에 걸쳐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참혹한 전쟁을 만들어 냈다.

어떤 이들에게 열강 제국들이 경쟁하여 세계대전에 이르게 되는 모습은 어쩌면 인류 발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른다. 구교 카톨릭과 신교국가들간의 전쟁인 30년 전쟁 기간동안에 신성로마 제국에 포함되어 살았던 사람들의 3분의 1 이상이 죽었다고 하는데 마치 이들이 다아윈의 이론처럼 자연에서 도태되어 멸종되는 현상쯤으로 생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에 관한 사회진화론은 그 후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도 유행하여 인종차별주의나 파시즘, 나치즘을 옹호하는 근거가 되었고, 그런 논리에 따라 1차 대전에서 1,500만, 2차대전에서 3,500만의 인명이 살상되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론이다.

아마도 과거에 일어났던 전쟁들의 원인을 분석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게다. 최초의 전쟁사 기록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아테네의 군인이자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전쟁이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전쟁을 발발시켰다고 적고 있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1차 전쟁을 벌이고 30년 평화조약을 맺었지만, 어차피 양쪽 동맹간에 전쟁이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기 쪽의 동맹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그것이 양쪽 동맹간의 세력균형에 대한 신축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1618년에서 1648년에 일어난 30년 전쟁의 원인은 구 카톨릭 교회의 부패로부터 시작되었다. 교황과 세속의 군주들이 강력하게 연결된 제정결탁의 고리가 선을 추구하려는 국민국가들과 충돌을 일으켰던 것이다. 30년 전쟁이 끝난 뒤 베스트 팔렌 조약에 따라 바야흐로 각 나라가 그 나라의 국교를 결정하고 또 그 나라의 영토가 인정되는 주권국가 시대가 처음 열리게 된다. 그 후 150여년 뒤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전쟁은 국가주권의 개념 위에 국민주권의 개념을 확장시켰고 그렇게 생겨난 국가정신, 국민정신에 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능동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면서 역설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더 참혹한 살상을 만들어 낸다.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어떤 이는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한 제국들간의 경쟁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범 슬라브족과 범 게르만족이 그들의 영역을 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라예보에서의 단순한 저격사건이 우연의 연속으로 이어져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전쟁이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제1차 세계대전이나 그 후 20년 뒤에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의 강력한 동인은 주권국가의 등장과 프랑스 혁명에서 발전한 국민정신, 시민정신을 부정적으로 악 이용한 포퓰리스트 전쟁광들에 의해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치 구성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는 이제 국가 주권이나 영토 주권을 초월하여 이념 주권이나 종교 주권, 문화주권 등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한국전쟁과 월남전쟁, 걸프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발발시켰다. 30년 전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주권국가의 바탕 위에서 프랑스 혁명전쟁에 의한 국민국가가 발전한 것처럼,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만들어낸 국민정신, 시민정신의 바탕 위에서 한국전, 월남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과 같은 이념전쟁, 가치의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국제정치 현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세력균형에 의한 방법이다. 프랑스 혁명전쟁 이후 비인체제하에서 유럽은 실제로 비스마르크와 같은 걸출한 외교관들에 의하여 이 세력균형의 방법으로 거의 100여년간의 평화를 유지했었다. 또 하나는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집단 안보체제에 의한 방법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제창한 국제연맹은 비록 20년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어쨌든 그 시행착오가 국제연합으로 발전하여 집단안보체제의 메커니즘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가지가 구성주의 이론이 제시하고 있는 가치 전환의 방법이다.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각 나라가 국가 생존을 비롯한 국가이익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하여 발생하는 것인데 구성주의 이론은 이 국가이익이 가변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론을 잘 활용한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국익의 요소를 전환시켜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현실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국익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군사력이다. 자유주의 학자들에게 국익이라고 하는 것은 군사력 이외에 국부 즉 다시 말하면 경제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구성주의자들은 국익이라고 하는 것이 그 사회의 가치나 규범, 규칙, 문화, 정체성, 종교, 타부와 같은 것이고 그것은 또 사회적인 요인에 따라서 변화하고 새롭게 구성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혹은 군사력의 위협이나 경제력의 위협이 없는데도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구성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가치나 이념, 종교나 역사 등의 갈등 때문이다. 남북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생존이라던가 혹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도 양쪽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남북간에 갈등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양쪽이 추구하는 가치를 적절하게 환기시킬 수만 있다면 마치 비스마르크가 당시 현실주의자들의 이론인 세력균형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한 것처럼 구성주의 이론을 통하여 남북간의 갈등을 조절하고 전쟁을 막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도 아직 한반도에서 전쟁의 발발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한국은 이미 민주화가 고도로 성숙되어 있어서 국민들의 지지없이 전쟁은 불가능한 것이고,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도 중국 등 외부 강대국들의 승인이나 지원이 없이 그들만의 힘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무모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들의 경제적인 역량을 볼 때, 과연 그들의 전쟁 지속능력이 한 달이나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판단이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제1차, 2차 대전의 승인이 미국의 경제력이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간사회는 약육강식의 동물사회가 아니다. 자연진화론은 맞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진화론은 아니다. 인류사회는 그런 참혹한 전쟁을 통하여 진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무기가 모든 인류를 한꺼번에 소멸시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전쟁의 수단 그 자체가 전쟁의 목적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핵이 3차 세계대전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논거이다. 인간사는 세상에서 어떤 명분과 어떤 가치가 있더라도 그 인간을 죽이면서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을까? 이 땅에 현대판 비스마르크와 같은 사람이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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