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뎀부족의 성년식과 한국군의 성년교육


이도상


아프리카의 소수민중에 은뎀부족(Ndembu)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부시맨(Bush-man)처럼 현대문명을 멀리한 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성년식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정신전력을 강화해야 하는 우리 군이 교육프로그램을
모색하는데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를 터너 (V.Turner)의 관찰결과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마을의 장로(張老)들은 성년에 도달한 남아들을 위해 성년의례 절차를 상의한
후 일상세계와 단절된 깊은 수풀속에 초막을 준비한다. 이 초막은 마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감추어진 곳으로 속(俗)에 반하는 성(聖)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의식 집행일이 되면 장로들은 조상들의 영(靈)을 상징하는 탈을 쓰고 마을에 들어가
성년식 대상자들을 납치한다. 이때 아들을 내놓지 않으려는 어머니들의 통곡소리
속에서 아버지들과 의례적인 투쟁 끝에 대상자들을 끌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성소에 이르러 이들은 장로들로부터 아득한 부족신화를 듣고 그 신화를 구전할
수 있을 때까지 음송(吟宋)을 반복함으로써 마침내 그 신화를 자기 것으로 삼게 되고
그로 인해 어머니의 치마끝에 매달려 칭얼거리던 시시한 자아를 장례지내고 새롭게
터득한 자아를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특정한 동물을 사냥하게 하고 성공했을
때 문신을 하게 하는 등 지독한 고난을 겪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는 과제를 주어
해결하게 함으로써 육체적 단련과 함께 생존방법을 익히고 좌절에 직면했을 때 이를
의미 있는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터득케 한다.



수련자들은 드디어 <죽음을 통과한 재생의 실현> 이라는 차원에서 전승지식과
기능의 습득, 전승문화의 인식으로 두려운 삶도 없고, 도피해야 할 현실도 없이 당당하게
새로운 질서체계에 진입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性)에 대한 가르침까지 끝나면 이들은 어리고 철없는 자식으로서의
자아를 벗고 지아비, 가장(家長), 사회성원으로서 자아를 획득하여 이른바 사회적
출생을 하게 된다.


장로들은 수련자들을 모아놓고 조상의 영으로 위장했던 탈을 벗는다. 수련자들은
노출된 조상의 영들이 실은 뒷집아저씨 또는 앞집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탈이 벗겨진 현실과 만나면서 새롭게 조형된 자아가 장로들과
공동체적 삶을 함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더할 수 없는 고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마을로 돌아올 때 부모는 물론 전체부족이 모여 <죽은 자식이 새사람으로
태어나 돌아온 것> 을 환영하며 성대한 축제를 벌이고 새로운 이름을 갖는 개명(改名)의
예(禮)를 행한다.


이로써 이들은 어른이 되고 어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은뎀부족의 진지한 성년식에 비해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성년식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형식에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도
옛날에는 성년식을 진지하였지만 현재는 군대생활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은뎀부족의 성년식과 비교하여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



은뎀부족의 성년식은 별리(別離),, 전이(轉移), 회귀(回歸)의 세 가지 절차를
거쳐 시행되는데 이는 마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군입대로부터 전역까지의 과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별리단계는 지금까지 부모의 보호를 받던 어린시절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은뎀 부족은 성년식에 납치된 대상자의 집에서 주검이 없는 장례식까지 치룬다. 우리의
부모들도 성장한 자녀를 군에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탄생을 기대하며 입대를 축하하였으면 한다.


둘째, 전이과정은 자기정체를 확인하고 삶의 방법을 터득하며 인내와 극기를 체험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군생활의 소득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뿐 아니라 공동체 생활속에서
우리는 나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나는 우리속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확인하게 되는
중요한 체험을 하게 된다.



셋째, 회귀의 과정으로, 집을 떠날 때 두려움에 가득찬 나약한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터득한 당당하고 건강한 일꾼이 되어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 군은 가정과 학교가 간과하고 있는 성년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의 입장에서 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뿐 아니라 군에서도 성년교육이라는 차원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페스탈로찌의 이론에 의하면 교육은 본질적으로 동물적 인간이 사회적 인간의
차원을 넘어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주의 사상의 편입으로 기능과 지능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풍토 속에서
학교교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군은 국방 못지 않게 국민교육
담당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군의 지휘관은 따뜻한 가슴(덕성)으로 부하를 지도하여 한국인, 아니 민주시민의
덕성을 갖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속에서 나의 존재의미를 의식하지 못했던 신세대 장병들도 조국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며 나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진정한
한국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