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南江


허만선 코너


강낭콩보다 더 푸르다는 논개의 정절을 안고

얕으막한 구름을 비껴돌며
구비구비 남강은 흘러간다.

역사의 와중에서 수탈당하고 짓밟혀 잿더미로 변했다가도
잡초마냥 끈질기게
딛고 일어선 천년의 古都,

진주는 해돋는 웅장한 기상으로 뻗어간다.

가렴주구를 일삼던 탐관오리를 몰아낸 민란은 동학란으로 이어지고,

김시민과 육만의 민초, 의병장과 기녀들의 장렬한

옥쇄는 이 나라 토착문화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로 되살아났다.

지금도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한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은비늘을 반짝이며 남강은 칠암죽림(七岩竹林)을 유유히 흘러간다.

세월은 유수라더니 어린시절 모두가

발가벗고 뛰어놀던 도동 백사장은 흔적도 없고,
내일의 웅비를 꿈꾸며 공장들이
우뚝우뚝 자리하고 있다.
교육과 예술의 전통속에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으나,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인구가 몰려들고, 향락의 물결이 순박한 마음을 휩쓸고
있으니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한양 천리길을 괴나리 봇짐 하나 메고 오가며 넘던 말티고개도

말끔히 단장되었고,
여독을 풀며 쉬어가던 주막은 흔적도 없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보다 슬픈 것은

관능을 유혹하는 유흥업소의 번창속에,
호젓한 산책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 어둠의
거리는
연인들의 낭만마저 빼앗아 가버린 것이고, 또한

지금은 시로 편입된 인근 촌락에도, 어른들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젊은이들은 미련없이 고향을 등지고,

휘황한 도심의 불빛속으로 빨려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때의 방탕한 시류는 호국의 영령이 숨쉬는,

북장대 서장대 영남루의 기개에 밀려 남강 물속에 흘러갈 것이고,

의기(義妓)들의 정숙한 치마자락처럼
남강은 도도히 흐를 것이다.

아~ 남강이여! 사람들의 심성이 허욕으로 더럽혀질 때마다 경종을 울리며
천년만년
청청히 흘러가거라.

노병들의 끊임없는 애국충정처럼 !